"판사 심판하려 했다"…책·영화까지 나왔던 '석궁테러' [뉴스속오늘]

"판사 심판하려 했다"…책·영화까지 나왔던 '석궁테러' [뉴스속오늘]

차유채 기자
2024.01.15 05:3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사진=MBC 뉴스 자료화면
/사진=MBC 뉴스 자료화면

2007년 1월 15일, 김명호 전 성균관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서울고법 민사2부 박홍우 당시 부장판사에게 이른바 '석궁 테러'를 가했다.

당시 박 부장판사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듣고 아파트 경비원과 박 부장판사의 운전기사가 달려와서 김 전 교수를 제압했다. 박 부장판사는 옷을 갈아입은 후 119 구조대의 구급차를 타고 서울의료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그러나 김 전 교수는 충분한 증거들로 유죄가 나올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음에도 "개판 같은 재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제 오류 지적했다가 재임용 거부당해"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전경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성균관대 홈페이지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전경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성균관대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를 거쳐 미시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전 교수는 1991년 성균관대학교 수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1993년 수학과 조교수로 재임용됐으나, 1995년 10월 부교수 승진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 전 교수는 자신이 1995년 1월 본고사에 출제된 수학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대학 측은 김 전 교수가 지적하기 전에는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해당 문제는 틀렸다기보다는 적절하지 않은 문제라고 결정했다.

김 전 교수는 성균관대 측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연달아 패소했다. 학교 측은 김 전 교수를 재임용 탈락 사유로 △해교 행위 △연구 소홀 등을 들었다. 그러나 김 전 교수는 자신이 출제 오류를 지적했기 때문에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2005년, 김 전 교수는 다시 한번 교수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입시 오류 지적에 대한 보복으로 재임용을 거부당했다고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해 학교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듭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2부 역시 김 전 교수의 항소를 기각했다. 김 전 교수는 최종적으로 2007년 1월 12일, 교수지위 확인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판결 불만에 결국…석궁으로 현직 부장판사 피습
/사진=MBC 뉴스 자료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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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교수는 항소심 패소 사흘 뒤인 2007년 1월 15일, 담당 판사인 박홍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자택에 찾아갔다.

박 부장판사가 나오길 기다렸던 김 전 교수는, 그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1.5m 거리에서 석궁 장전 후 2심 기각 이유를 따졌다. 이 과정에서 석궁이 발사돼 박 부장판사의 복부에 꽂혔다.

박 부장판사는 좌복부에 깊이 1.5~1.8㎝, 직경 1㎝ 상해를 입었으나 다행히 장기를 다치지 않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겨울이라 그가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던 덕분이었다.

당시 병원 관계자는 "화살이 다행히 복강을 뚫지 않아 장기 손상은 없었으며 환자의 의식 상태도 또렷했다"고 설명했다.

"썩은 판사 심판하려 했다" 징역 4년 확정
김명호 전 교수의 부장판사 석궁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 /사진=영화 '부러진 화살' 스틸컷
김명호 전 교수의 부장판사 석궁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 /사진=영화 '부러진 화살' 스틸컷

김 전 교수는 체포 과정에서 "국민의 이름으로 썩은 판사를 심판하려 했다"며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경찰서에서도 "합법적으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는데 법을 무시하는 판사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직접 따지러 갔다. 바라는 것은 법을 무시하는 판사들, 사법부가 얼마나 썩었는지…"라며 법원 판결에 불신과 불만을 드러냈다.

김 전 교수는 같은 해 10월 상해 등에 대해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김 전 교수는 "석궁으로 박 부장판사를 위협한 건 맞지만, 화살은 우발적으로 발사됐고 박 부장판사에게 맞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교수 측은 △박 부장판사의 셔츠에 혈흔이 없었다는 점 △현장에 있던 화살 3개 가운데 1개가 부러졌으나 증거물로 제출된 화살들은 모두 멀쩡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거물이 조작됐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이와 같은 사실만으로 증거물이 조작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김 전 교수가 피해자의 집 부근을 사전에 찾아갔던 점 △몸을 붙잡고 실랑이를 하면서 '죽여버리겠다'는 취지로 말한 점 △김 전 교수가 석궁을 구입한 후 1주일에 1회 정도 60~70여발씩 발사하는 연습을 한 점 등 때문에 상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책·영화로 재조명…'판사, 니들이 뭔데?' 책 출간도
(왼쪽부터) 책 '부러진 화살', 영화 '부러진 화살'
(왼쪽부터) 책 '부러진 화살', 영화 '부러진 화살'

해당 사건은 이후 2009년 출판된 소설 '부러진 화살'과 동명의 영화 '부러진 화살'로 재조명됐다.

다만 영화의 경우 극적 연출을 위해 실제 상황을 왜곡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타락한 사법부 때문에 김 전 교수가 누명을 썼다"는 인식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영화는 영화로 보라"며 "100% 사실이라는 둥, 90% 사실에 10%를 섞었다는 둥, 영화를 사실로 보라는 둥, 이따위 얘기는 믿지 말라. 허구를 동원해 대한민국 사법부를 비판한 영화"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책 '판사 니들이 뭔데?' 표지
책 '판사 니들이 뭔데?' 표지

2011년 만기 출소한 김 전 교수는 이듬해인 2012년 '판사, 니들이 뭔데?'란 책을 출간했다. 그는 책을 쓴 목적에 대해 "대한민국 판사, 검사, 헌법재판관들이 어떻게 국민을 억압하고 착취하는지를 알리고 재판권의 주인인 국민이 반드시 재판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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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채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차유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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