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엄마 이름 나왔어"
한 20대 여성은 29일 밤 9시30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서 사망자 명단 발표 중 한 여성의 이름이 불리자 이같이 말하며 가족에게 달려갔다. 딸을 기다리던 남성은 발표를 듣곤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오열했다.
이 시각 이후 신원이 추가 확인된 사람들의 이름이 불리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오랜 기다림 끝 짧은 탄성을 뱉곤 눈물을 쏟았다.
50대 남성 A씨는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사망자로 알려진 전남교육청 제주항공 탑승객 5명 중 한 명이 A씨의 제수씨였다. 그는 제수씨의 신원 확인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A씨는 "야근해서 아침에 천천히 일어나봤는데 핸드폰으로 문자가 와 있었다"며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는 회사의 문자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남 일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동생은 말이 안 나온다고 한다"며 "나도 너무 거짓말 같다"고 했다. 이어 "평소 대형 참사를 뉴스로만 볼 땐 안타깝기만 했는데 내 일이 되니까 실제 일 같지 않다"고 했다. 그는 "엊그제만 해도 멀쩡히 살아있던 사람이었다"며 "내가 여기 앉아있는 것도 비현실적이다"라고 했다.
A씨는 "지금 TV로 나오는 여객기 착륙 장면도 고통스러워서 잘 못 보겠다"며 "저 영상이 찍힐 당시만 해도 그 안에 멀쩡히 살아있다는 게 계속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생·고등학생 자녀가 한명씩 있는데 걱정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앞서 제주항공 사고기 탑승자 명단에 전남교육청 교직원 5명과 전남지역 학생 3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탑승 편에는 단체 여행객도 다수 있었다. 농협중앙회 전남본부에 따르면 조합원 17명이 해당 사고 항공기에 탑승했다. 이들은 가족 21명도 함께 탑승해 총 38명이 희생됐다.

70대 여성 B씨는 큰 사위를 잃고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B씨는 "광주에서 건설업을 하던 50대 큰사위가 사망했다"며 "회사에서 동료들이랑 갔다. 살아는 있으려나 하는 마음에 왔는데 다 죽었다"고 했다. 그는 "손자랑 손녀는 자기 아빠 확인을 하러 갔다. 무슨 사고가 이렇게 크게 났는지"라며 울먹였다.
또 다른 70대 여성 C씨는 제부를 잃었다. C씨는 "내년에 100세가 되시는 어머니한테는 사실상 아들이었다"며 "어머니가 매일 '막내아들'이라고 할 만큼이나 잘했다. 어머니가 목욕 오가시는 길을 항상 모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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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머니가 싫다고 해도 맨날 어머니한테 팔짱을 끼면서 '모시고 다녀야지'라고 했다"며 "바지를 이만큼 치켜올려 입고 금방이라도 올 것 같다"고 했다. 눈물을 머금은 C씨의 입술은 떨렸다.

이날 오전 9시3분쯤 무안 공항에 착륙하던 항공기가 외벽과 충돌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고 항공기는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로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소방 당국은 현재까지 승무원 2명을 구조했다. 기체 후미부터 수색을 시작한 결과 오후 9시20분 기준 사망자 179명을 확인했다. 소방 당국은 177구를 수습했고 2구는 미수습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