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과세의 묘미는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도록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데 있다."
17세기 프랑스의 재상 콜베르가 한 말이다. 거위를 보기 힘든 우리나라에서 이 말은 2013년 세제 개편 때 유명해졌다. 당시 의료비·교육비·기부금·연금 납입 등에 적용되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개편이 진행됐다. 그 결과 세 부담이 증가하게 된 납세자들의 불만이 들끓었다. 이 와중에 정부 고위관계자가 이 말을 인용해 추가 세 부담이 별것 아닌 양 치부해 논란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세 부담은 왜 늘어난 것일까.
소득공제는 말 그대로 내가 번 돈에서 특정 지출을 빼주는 것이다. 납세자 갑의 수입이 500이고 30%의 소득세율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의료비 100에 대해 소득공제를 적용하는 경우, 수입 500에서 의료비 100을 뺀 400을 소득으로 하여 소득의 30%인 120이 소득세로 부과된다. 이처럼 소득공제는 세금을 매길 소득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따라서 불가피한 지출을 적용 대상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예나 지금이나 본인을 포함한 부양가족의 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소득공제하는 것은 이러한 이치를 반영한 것이다.
반면 세액공제는 소득은 그대로 둔 채 지출액의 일정 비율을 납부할 세액에서 빼 준다. 위 사례에서 의료비 100에 대해 15%의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경우, 수입 500을 소득으로 하여 소득의 30%인 150이 소득세로 부과된다. 다만 갑은 부과된 세액에서 의료비의 15%인 15를 뺀 135를 납부한다. 결국 세액공제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경우가 아니면 전에 비해 세 부담이 늘게 된다.
이처럼 세액공제는 소득의 발생은 인정하되 납부할 세액을 줄여주는 제도다. 연구개발, 설비투자 등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장려할 가치가 있는 지출에 적용하기 적합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3년 세제 개편 시 기부금과 교육비에 대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면이 있다. 그러나 의료비에 대해서도 소득공제 대신 세액공제를 적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지 적어도 장려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더 큰 문제는 연금 납입액을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이다. 위 사례에서 의료비를 연금 납입액으로 치자. 개편된 세법에 따라 12%의 공제율을 적용하면, 갑은 연금 납입에 사용한 수입 100에 대해 이미 18(= 수입 100 × 세율 30% - 납입액 × 12%)만큼 세금을 납부했음에도, 이후 연금으로 받을 때 다시 같은 금액을 소득으로 간주하여 세금을 내야 한다. 즉 연금을 받을 때 납입 원금까지 포함해 과세 대상이 되므로 같은 소득에 대해 두 번 세금이 부과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명백한 이중과세이다. 이 정도면 거위의 깃털을 뽑는 것을 넘어 살점을 뜯는 수준이다. 과도한 재산권 침해 등 사유로 위헌 소지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에 관해 헌법 소원 등이 제기되었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 없다. 아직 연금을 받을 때가 되지 않아 이중과세 문제가 현실화하지 않아서일까. 어쩌면 이 땅의 거위들이 너무 순하고 착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법무법인 화우의 김대호 회계사는 2001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2011년 화우에 합류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세무자문과 불복 업무에 참여하면서 복잡한 조세문제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