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정신질환 반복신고 대응시스템' 위법 소지 재검토

경찰청이 112 신고가 반복적으로 들어온 정신질환자를 집중 관리하는 정책을 추진하려다가 잠정 중단했다. 시범운영 단계에서 '위법 소지가 있다'는 내부 반대에 부딪혀서다. 경찰청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의 법적 검토를 거쳐 해당 정책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경찰청은 '정신질환 112반복신고 대응시스템 시범운영 계획'(반복대응계획)과 관련한 유권해석을 개보위에 의뢰했다.
반복대응계획은 지난 7월부터 서울경찰청 등 수도권 4개 지방청에서 3개월간 시범운영한 뒤 오는 11월부터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배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시범운영을 중단하고, 법적 재검토 절차를 밟고 있다.

반복대응계획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및 유관기관이 반복신고된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경찰청은 △발견 △분류 △회의 △연계 및 환류 4단계 대응 시스템을 기획했다. 먼저 일선에서 매일 112신고시스템에 '응급입원', '행정입원' 키워드로 검색해 신고됐던 정신질환자를 추출한다. 신고 1회의 경우 '관심 대상'으로, 2회 이상 및 지역관서 통보 대상자는 '사례회의 대상'으로 지정한다.
이를 통해 정신질환 관련 이상동기범죄를 예방하고, 정신질환자에게 조기 개입해 정신건강서비스 지원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보호자 인계, 응급입원 의뢰 등 장시간이 소요되는 정신질환 관련 신고 업무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도도 반영됐다. 경찰 시스템 특성상 사건 관리가 신고자 중심으로 이뤄져 정신질환자를 선별하기 어려운 한계점을 극복하려는 조치이기도 하다.
경찰은 이들의 성별, 나이, 조치 내용 등을 분류카드(엑셀 파일)에 기록해 3개월간 관리한다. 경찰과 지역 보건소 및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은 사례회의를 열어 입원 연계, 관심 대상 환류 여부 등을 결정한다. 대상자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지역 사회 연계 기회를 제공한다.
위법 소지가 지목된 지점은 반복대응계획 관리 대상의 분류카드를 작성하는 업무 단계다. 경찰 내부에서 정신질환자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재가공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본인 동의 없이 활용이 불가능한 '민감 정보'라는 주장이다. 경찰청에서는 내부 법률 검토를 거쳐 112신고처리법상 취합한 정보를 분류카드로 활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봤다.
독자들의 PICK!
경찰청은 당초 응급입원 및 행정입원 횟수도 명기하도록 기획했다. 다만 입원 횟수도 민감정보로 볼 여지가 있어 해당 사안도 개보위에 질의한 상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국 확대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개보위 판단에 따라 신고자 기준으로 파일을 정리하거나 민감 정보를 빼서 분류지를 만드는 등 차선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자살을 포함한 정신질환 관련 112 신고는 12만2125건 접수됐다. 하루 평균 335건꼴이다. 최근 5년간 경찰 응급입원과 지자체 행정입원 모두 증가 추세다. 올해 3~5월 접수된 정신질환 관련 112신고(1만198건) 중 반복신고는 약 37%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