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훼손 사건 가해자가 편집한 녹취 탓에 피해자가 무고 혐의로 처벌될 뻔했지만 검찰의 보완수사로 구제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검찰청이 녹취 파일을 분석해 중간에 끊긴 흔적을 발견한 결과다.
13일 대검에 따르면 2023년 경상북도 경주시의 한 마을에서 지역 주민들이 행사 때 이용할 식당을 어디로 할지를 두고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과정에서 주민 A씨와 B씨 간에 말다툼이 벌어졌고, A씨가 B씨를 밀어 넘어뜨리는 일이 있었다. A씨는 이 폭행 사건으로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사건은 명예훼손 사건으로 번졌다. A씨는 "B씨가 회의 전후 자신에 대해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했다"며 고소했고, B씨는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A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B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라며 녹취 파일을 경찰에 제출했다.
해당 녹취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핵심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경찰은 A씨의 무고 혐의를 인정하는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대구지검 경주지청은 회의장에 있던 다수 목격자들의 진술이 친분 관계에 따라 엇갈리는 점 등을 들어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보고 추가 검토에 착수했다.
대구지검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 음성분석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녹취 중간이 끊긴 흔적이 드러났다. 해당 구간 동안 발언이 누락되거나 편집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담당 검사는 더 나아가 회의 당시 CCTV 영상과 녹음 파일을 대조해 약 1분간 녹음이 되지 않은 사실도 추가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무고죄의 핵심 요건인 '허위성'과 '고의'의 확실한 입증이 어렵다고 보고 A씨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A씨는 명예훼손 피해를 주장한 고소인이자 동시에 무고 사건의 피의자였으나, 최종적으로 무고 혐의에서 벗어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녹취의 연속성과 무결성 검증을 앞세운 검찰의 보완수사가 초기 판단 오류를 막은 전형적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