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캄보디아에서 감금된 한국인 구조에 나선 가운데 현지 한인회 측이 구출한 청년들이 돈을 벌기 위해 다시 자발적으로 범죄 조직으로 향한다고 밝혀 근본적 대책 필요성이 제기된다.
과거에는 취업 사기에 속아 끌려간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범죄임을 알면서도 '돈이 된다'는 이유로 스스로 발을 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전대식 아시아한상 캄보디아연합회 부회장은 "3년 전만 해도 속아서 오는 애들이 많았다"며 "그런데 지금은 범죄인 걸 다 알고 온다. 돈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전 부회장은 캄보디아에서 16년째 물류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5월까지 캄보디아 한인회 부회장을 지내면서 약 3년간 '캄보디아 한인구조단'에서 활동했다.
교민 20명으로 구성된 현지 한인회 구조단은 '웬치'(범죄 단지)에 감금된 한인 청년들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SNS(소셜미디어) 신고를 받고 약 800명을 구출했다고 한다. 전 부회장은 "올해에만 400명 넘는 이들을 구출했다"고 말했다.
최근 구조 신고가 급증한 것과 반비례해 취업 사기 등 '순수한 피해자'는 줄어드는 양상이라고 한다. 보이스피싱과 로맨스스캠 등 범죄에 가담하는 줄 알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현지에 입국한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전 부회장은 "구출한 청년들을 또다시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이유를) 물어보면 '이게 돈벌이가 돼서 다시 왔다'고 한다"며 "연락받고 택시를 보내 애써 구출한 친구 중 한 명은 귀국 방법을 알려주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하더라. 한국 가면 처벌받는다는 걸 본인도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해당 청년은 두 명을 꾀어 범죄 조직에 모집한 혐의로 한국에서 구속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가족들이 귀국을 종용해도 거부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교민 박모씨는 "범죄 조직에서 자리 잡은 한 청년은 부모가 집으로 돌아오라고 사정해도 안 간다고 하고 남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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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약 20명을 구출했다는 교민 장모씨는 "범죄 조직이 무작정 감금하진 않는다. 모집할 땐 몸값도 쳐 준다"며 "이번에 송환된 피의자들도 구속 안 하고 풀어주면 풀려난 다음 날 프놈펜 공항에 도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카지노 직원은 "웬치에서 실적(사기 범죄수익)만 잘 올리면 자유로운 활동도 허용한다"며 "잘 벌 때는 일주일에 수천만원을 벌 수 있다. 이렇게 한번 큰돈을 만지고 나면 한국에 돌아가 적응을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지 한인회 입장에서는 실제 피해자인지 피의자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조 요청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전 부회장은 "한인회에 연락이 온 건 휴대전화를 돌려받았다는 뜻"이라며 "구조 요청자가 '식사 시간에 잠깐 나올 수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면 '다 포기하고 일단 나와라. 우리가 앞으로 가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구출한 한국인 청년 대부분 여권과 현금 등은 범죄 단지에 두고 몸만 빠져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전 부회장은 "귀국 비용은 자기 부담"이라며 "한국에 있는 가족들한테 연락해 송금받아 나가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한인회가 비용을 지원한다. 그는 "한국 가면 갚겠다고 약속하는데 실제 (돈을) 안 보내는 친구도 많다"고 말했다. 한인회가 지출한 송환 비용은 약 4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전 부회장은 "영화에서 볼 법한 장기 적출 목적 인신매매는 몰라도 범죄 조직간 '인신 거래'는 있다"고 주장했다. 시아누크빌에 근거를 둔 범죄 조직이 데리고 온 한국인이 일을 잘 못 한다고 하면 베트남과 태국 국경 쪽 조직에 돈을 받고 파는 식이다.
그는 "지금은 캄보디아 경찰도 움직이는 등 시끄러워져서 민간 조직인 한인회가 위험을 무릅쓰기 어렵다"며 "정부 간 공식 송환 채널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주중 캄보디아 정부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합동TF는 양국 경찰관이 수사 과정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수사 공조와 범죄 연루자를 조기 송환하는 조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코리안데스크(한인 수사 전담 조직)를 대신하는 성격의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