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소셜미디어) 내 잔혹한 사건·사고를 소재로 한 유해 콘텐츠가 넘쳐난다. 과거 대형 참사를 자극적으로 표현해 누리꾼들의 트라우마를 유발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30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인스타그램에는 현재 국내외 사건·사고 영상을 게재하는 계정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계정주들은 사건·사고 관련 영상을 게재하며 '어두운 영상을 보고 싶다면 팔로우하라'고 이용자들을 끌어들였다. 팔로워를 수만명씩 보유한 계정도 있었다.
계정에는 혈흔이 보이는 범죄 현장과 사고 직전 희생자들의 모습 등이 담긴 사진·영상을 음산한 노래와 함께 게재돼 있다. 외국 계정의 경우 수위가 더 높다. 한 외국 계정에는 괴한들이 남성을 폭행한 뒤 흉기로 중요 부위를 긋는 듯한 행위가 나온 영상이 올라왔다. '민감한 콘텐츠' 표시가 사전에 뜨지 않고 그대로 재생됐다.
전문가들은 이태원·세월호 참사처럼 적나라한 영상을 미디어로 접하면 트라우마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 당시 현장 피해자보다 미디어로 하루에 수 시간 이상 영상을 접한 사람들이 트라우마 반응이 높게 나왔다. (영상에) 노출되는 시간과 트라우마 반응이 비례 되기 때문"이라며 "특히 미디어로 인한 트라우마는 사고 영상이 눈앞에 생생히 떠오르는 '플래시백' 현상이 아주 강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성인이 보기에도 충격적인 영상은 청소년에게 더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뇌 성장이 끝나지 않아 '중독'에 빠지기 쉽고 범행을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올해 초부터 인스타그램 속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콘텐츠 노출을 제한하는 '10대 계정'이 도입됐다. 다만 청소년들이 성인 계정을 만들거나 우회할 여지도 있기 때문에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10대 계정에서 (폭력적인 콘텐츠가) 다 여과되는 것인지 여전히 의문스럽기도 하다"며 "청소년들은 전두엽에서 판단력이 아직 발달 중인 상태이기 때문에 자극적인 영상을 계속 추구하는, 브레이크 없는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성평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와 함께 유해매체물에 대한 대응에 나서지만 늘어나는 온라인 게재물을 따라잡진 못하고 있다. 방미심위에 따르면 지난해 위원회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한 사안은 총 228건이다. 2023년 대비 4배 넘게 늘었지만, 끊임없이 올라오는 유해 콘텐츠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독자들의 PICK!
일각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지난해 '아동 온라인 안전법(KOSA)'이 상원을 통과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뛰어넘어 기업에 대한 책임 강화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역시 "SNS의 유일한 가치는 대중성이 돼 버렸다"며 "현행법에서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게 없는 실정이다. 국내법이라도 플랫폼 책임을 명시화하면 해외 기업도 신경을 쓸 것"이라고 했다.
허만섭 강릉원주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차적으로 플랫폼에 책임이 있다. 기업이 적절하게 제어하고 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당국에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