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영화 상징 공간…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60대에 친구들과 처음 모임을 시작했는데, 벌써 70대가 됐네요."
서울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인파로 붐비는 개찰구 옆 위치한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에서는 매달 조금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영화를 사랑하는 오십년지기 친구들이 결성한 '숙명여고 60기 시네필 모임'이다.
1971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은 45년만인 2016년 오!재미동에서 다시 뭉쳤다. 이곳에서 매달 직접 고른 영화를 함께 보고 상영이 끝나면 감상을 나눈다.
지난 25일 오!재미동에서 만난 박온실씨(72)는 "OTT가 아니라 극장에서 봐야 영화를 제대로 본 것 같다"며 "고등학생 때 '벤허', '사운드오브뮤직' 같은 할리우드 명화들을 학교 단체 관람으로 봤었는데 그 추억을 오!재미동에서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재미동은 2004년 서울시가 만든 공공문화공간이다. 20여년간 시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28석 규모의 소극장과 5100편이 넘는 DVD 등을 갖춘 이곳에는 매일 200여명의 시민들이 방문한다.
최근엔 폐관 위기도 겪었다. 서울시가 서울영화센터와의 기능 중복을 이유로 폐관을 결정하며 지난해 12월 운영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들과 영화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상황이 바뀌었다. 서울시는 종료 결정을 철회하고 위탁 운영 기관인 서울영상위원회와 3년 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오!재미동은 지난 1월 극적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시네필 모임을 이끄는 조복례씨(73)는 "오!재미동이 있어서 10년 동안 모임이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큰 공간이 아니라 함께 영화를 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은 공간"이라며 "여긴 접근성도 좋고 비용 부담도 적어 꾸준히 모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재미동 극장 대관료는 3시간 기준 5만~8만원이다.
조씨는 "오!재미동이 문을 닫는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80살이 넘어서도 친구들과 이곳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네필 모임에선 감독이나 배우를 초청하는 GV(관객과의 대화)도 열린다. 지난 25일에는 대만인 허차오링 감독이 방문해 영화 '파도 위를 걷다'를 함께 감상했다. 상영 후에는 약 한 시간 동안 영화의 역사적 맥락, 인물 설정 배경 등 작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회원들은 통역을 거쳐 전달된 감독의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였다.
허 감독은 "질문의 깊이에 감동했고, 따뜻함을 느꼈다"며 "대만에서도 이런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지하철역에 시민을 위한 극장이 있다는 점이 정말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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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관 위기를 딛고 재개관한 오!재미동은 현재 '개관 22주년 기념 주간'을 진행 중이다. 이날 오후에는 '오!재미동 시민자문단 발족식'이 열릴 예정이다. 전날 저녁에는 개관 연도인 2004년에 개봉된 국내 단편영화를 상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