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7월부터 자금세탁과 주가조작 등 증권 범죄, 청소년 대상 불법도박 범죄는 법원이 형량을 정할 때 더 무겁게 보는 기준이 적용된다. 피해자 뜻과 상관없이 법원에 돈만 맡겨 형을 깎아달라고 하는 이른바 '기습공탁'도 앞으로 피해 회복으로 쉽게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제144차 전체 회의를 열고 자금 세탁범죄 양형기준, 증권·금융 범죄 수정 양형기준, 사행성·게임물 범죄 수정 양형기준, 피해 복구 관련 양형인자 정비안을 최종 의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양형기준은 판사가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법률상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재판에서 큰 기준점이 된다. 새 기준은 오는 7월1일 이후 기소되는 사건부터 적용된다.
양형위는 자금 세탁범죄에 대한 별도 양형기준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수법이 치밀하거나 규모가 크면 더 무겁게 처벌하기로 했다. 고도의 지능적 방법이나 신종 수법을 쓴 경우, 조직적으로 범행을 주도한 경우, 보이스피싱·마약처럼 범죄의 피해가 매우 큰 경우 불리한 사정으로 반영된다.
특히 재산 국외 도피는 액수에 따라 형량이 올라간다. 5억원 미만의 기본 권고 형량은 징역 10개월에서 2년,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3년에서 7년, 50억원 이상은 6년에서 10년이다. 가중 사유가 붙으면 각각 더 올라간다.
주가조작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 증권 범죄에 대한 형량도 높아진다. 범죄액이 1억원 미만이면 기본 권고 형량은 징역 10개월에서 2년이다.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은 1년 6개월에서 4년, 300억원 이상이면 7년에서 12년이다. 가중 사유가 있으면 300억원 이상 구간은 9년에서 19년까지 권고된다.
회계 부정 범죄도 더 엄하게 다뤄진다. 양형위는 허위 재무제표 작성·공시나 감사보고서 허위 기재를 별도 유형으로 나눴고 권고 형량도 높였다. 반대로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한 사람에게는 리니언시 제도를 감경 사유로 반영하기로 했다.
불법도박 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양형위는 청소년 대상 불법도박과 중독성이 큰 온라인 도박의 폐해를 반영해 양형기준을 높였다. 이에 따라 홀덤펍 등 유사 카지노업이나 관광진흥법상 무허가 카지노업은 일반적인 경우 징역 10개월~2년, 죄질이 무거운 경우 징역 1년 6개월~4년이 권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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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복구 기준도 바뀐다. 앞으로는 피고인이 법원에 돈을 맡기는 공탁 사실만으로 피해자가 피해를 복구했다고 보기 어려워진다. 양형위는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같은 표현에서 '공탁 포함' 문구를 삭제했다. 또 공탁이 실제 피해 복구인지 판단할 때 피해자가 돈을 받을 의사가 있는지, 피고인이 공탁금을 다시 찾아갈 수 있는지 등을 신중히 살피도록 했다.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돈만 맡겨놓고 감형을 노리는 '기습공탁'을 막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