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점자보조용구 마련 안해 거동불편 유권자 한숨
점자 공보물 적어 소수정당 등 공약·비전 파악 어려워
보조인 2명 동반 선거법 지침 '비밀 보장' 위배 지적도

3일 치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은 여전히 참정권 행사에 제약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거소투표용 점자보조용구가 없어 직접 투표소에 방문해야만 했다. 거소투표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 투표소로 이동하기 어려운 유권자들을 위해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우편을 통해 투표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거소투표를 희망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투표 보조용구를 마련하지 않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대선 때는 선거구가 적어 제작이 가능했지만 지방선거의 경우 선거구 수가 4400개를 넘고 선거 종류도 많은 관계로 후보자 등록 마감 후 선거 전까지 기간에 맞춰 제작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같은 조치로 거소투표를 희망한 시각장애인이 투표하기 위해서는 현장투표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50대 시각장애인 김모씨는 본지에 "당초 거소투표를 통해 투표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점자투표용구 배부가 이뤄지지 않아 직접 투표소에 가게 됐다"며 "현장에서는 용구가 있더라도 통상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또 시간이 오래 소요돼 눈치가 보여 불편함이 크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은 후보자들의 공약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선거공보물 등을 살펴보기도 쉽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서 선관위에 책자형 선거공보와 점자형 선거공보의 내용이 같도록 종합적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제한을 두지 않도록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선관위는 부족한 점자출판시설 등을 이유로 제시하며 "이행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에 인권위는 "선거인에게 점자형 선거공보 수령의사를 미리 확인하면 제작분량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 면수제한 폐지가 단기간에 어렵다면 단계적 제공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며 이행을 촉구했다.
김씨는 "지방선거는 뽑아야 할 후보가 다양한 반면 공약·비전 등에 대해서는 일일이 알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무소속이나 소수정당에서 나온 사람들은 알 길이 없어 유권자로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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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달 29~30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도 시각장애인이 투표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연합회)에 따르면 사전투표 기간 일부 투표소에서는 타 지역 점자용 투표보조용구가 전달되는 문제가 이어졌다. 교체를 요청한 시각장애인은 점자용지 특성상 빠른 조치가 어려운 관계로 몇 시간 뒤 투표소를 재방문해 투표를 진행해야 했다.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기점으로 선관위가 부정선거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투표보조인을 2명 동반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상 지침을 철저히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장애인의 비밀투표 침해문제가 악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전까지는 투표보조인을 1명만 동반해도 이를 포괄적으로 허용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2명을 동반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면서 이전보다 더 비밀투표를 보장받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는 민원이 이번 사전투표 기간에도 이어졌다"며 "투표소 이동지원 차량이 생기는 등 시각장애인의 이동환경은 이전보다 개선됐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