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주가가 급등락하는 장세가 이어지면서 '주식 투자로 손실을 봤는데 증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느냐'는 문의도 적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투자자가 직접 투자를 선택해서 하는 것인 만큼 단순히 손실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증권사에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손실 위험도 함께 수반한다. 이런 위험을 고려해 투자자가 스스로 판단해 특정 종목이나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후 가격이 하락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증권사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다.
일부 투자자들은 증권사 광고나 리서치 보고서를 참고해 투자했기 때문에 손실에 대한 책임도 증권사가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법원은 투자자가 최종적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한 이상 통상적인 투자 판단의 영역으로 본다.
다만 투자 손실이 증권사의 과실이나 위법행위로 인해 발생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증권사의 잘못과 투자자의 손실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경우 투자자가 증권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산장애다.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는 과정에서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장애가 발생해 접속 지연이나 주문 오류가 생기고, 그 결과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매도·매수를 하지 못해 손실을 입었다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전산장애가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는 실제 장애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당시 주문을 시도했다는 점, 장애가 없었다면 거래가 체결됐을 가능성, 그리고 그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 투자자가 손해배상을 주장하려면 거래기록, 주문 내역, 상담 녹취 등 관련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로 법원은 2022년 한국투자증권 전산장애로 주식을 제때 매도하지 못했다며 투자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증권사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당시 투자자는 전산장애로 약 5200만원 상당의 차익 실현 기회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산장애가 없었더라도 투자자가 해당 시간대 최고가에 주식을 매도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투자자가 장애 발생 직후 고객센터에 연락하는 등 실제 거래 의사를 보인 점을 고려해 이같이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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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법원은 투자자가 주장한 '최고가 기준 손실액'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증권사가 전산장애 기간 실제 체결된 거래량과 가격을 토대로 산정한 평균 체결가격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계산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또 다른 예외는 이른바 '불완전판매'다.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의 구조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거나 투자자의 투자 성향에 맞지 않는 상품을 권유·판매한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에서 투자자들은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자했다고 주장했고 금융당국도 일부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후 소송 과정에서 판매사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