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 등 보호조치에도 스토킹 강력 범죄 잇따라
피해자 신고 의존한 체계 한계 "가해자 적극 격리 필요"
경찰, 전국 교제·가정폭력 사건 4.4만건 전수점검 계획
가정폭력과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신고가 접수된 이후에도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이 잇따른다. 경찰이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거나 접근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범행을 막지 못한 사례도 반복됐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기존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가해자 격리 등 보다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경기 성남 분당구의 한 주택에서 60대 여성 A씨가 전남편인 60대 남성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이송 당시 의식이 있었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범행 발생 사흘 전인 지난 16일 경찰서를 찾아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A씨 측 요청에 따라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순찰 등 안전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A씨는 범행을 당하던 당시 긴급호출 버튼을 누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발생한 관계성 범죄 사건에서도 경찰의 피해자 보호조치가 강력범죄를 막지 못했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서는 가정폭력 수사대상이던 20대 남성 김성우가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했다. 지난 12일 제주에서는 스토킹 피해를 신고한 여성이 전 연인에게 살해됐다. 13일 전북 전주에서도 가정폭력 신고 이후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송파구 사건에서는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임시조치가 내려졌지만 이를 9차례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조치는 지난달 30일 만료됐으나 경찰은 이달 6일에야 재신청했다. 범행은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을 기다리던 중 발생했다.

제주 사건 피해자는 1년간 스토킹 등으로 4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로 이어지지 못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전주 사건에서는 경찰이 범행 추정 시간대에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도 현장확인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해 8월 '교제폭력 대응 종합매뉴얼'을 배포하고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만으로 사건을 종결하지 않도록 했다. 피해자 진술뿐 아니라 객관적인 현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피해자 의사에 따라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거나 위험징후가 없다는 판단 아래 제한적인 조치에 그치는 사례가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신고나 긴급호출에 의존하는 보호체계에서 벗어나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격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객관적인 위험성 평가를 통해 재범 가능성을 판단하고 법원도 긴급성을 고려해 신속하게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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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위험성 평가를 통해 사전에 가해자를 구금하는 등 피해자와 적극적으로 격리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경찰이 가해자를 분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구금을 위해 임시조치나 잠정조치를 신청해도 법원에서 기각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법원도 현장의 급박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신속하게 출동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왜곡된 인식"이라며 "기존 구금제도를 활용해 피해자로부터 최대한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관계성 범죄로 전쟁만큼이나 많은 살인이 발생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인간안보' 차원에서 피해자 보호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최근 관계성 범죄가 강력범죄로 이어진 사건이 잇따르자 전국의 스토킹·가정폭력·교제폭력사건 4만3700여건을 전수점검하기로 했다. 가정폭력 가해자에게도 스토킹 가해자처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격리조치 강화 등 제도개선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