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투데이 窓/이윤학]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투데이 窓/이윤학]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2026.10.2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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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미혼비율 증가, 저출산의 원인
남성 주거·부양, 여성은 양육 부담
기업과 사회가 집·일자리 문턱 낮춰야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결혼은 오래된 집과 같다.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드나들며, 방을 만들고 문을 바꿨다. 과거에는 가문이나 종교가 주인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오늘날 그 열쇠는 온전히 두 사람 손에 쥐어져 있다. 그런데 집주인은 바뀌었지만 내부 구조는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이다. 밖에서 함께 일하고 돌아와도 한 사람은 쉬고, 다른 한 사람은 집안일과 돌봄이라는 두 번째 출근을 해야 한다면, 이 집은 과연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는 것일까?

결혼은 시대의 거울이다. 기원전 함무라비 법전의 지참금 규정부터 고려시대의 균등상속, 조선시대 유교적 가부장제를 거쳐 근대의 연애혼에 이르기까지, 결혼은 삶과 재산, 세대 간 지위를 정하는 사회적 장치로 진화해 왔다. 그러나 이제 결혼은 도덕적 당위나 관습이 아닌 '합리적 선택'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40~44세 미혼 비율은 2000년 남성 4.9%, 여성 2.6%에서 2020년 남성 27.2%, 여성 14.7%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자신의 미래와 꿈을 가진 현대인에게 결혼은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약속할 때 비로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되었다.

물론 현실의 문턱은 높다. 여전히 사회가 요구하는 낡은 '역할 청구서'가 무겁기 때문이다. 남성에게는 집과 생계를 온전히 책임지라는 부양의 무게가, 여성에게는 일과 돌봄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이중고가 주어진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15~54세 기혼여성 경력단절 비율은 낮아졌으나, 6세 이하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여성의 경력 단절 비율은 여전히 31.6%에 달한다. 세 가정 중 한 가정꼴로 돌봄의 벽에 부딪혀 일터를 떠나는 셈이다. 여기에 치솟은 주거비까지 더해지니 출발선부터 목돈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결혼은 높은 벽이다.

그럼에도 경제적 관점에서 본 결혼은 여전히 매력적인 정서적·경제적 '리스크 헤징'(Risk Hedging) 수단이다. 가구 소득 비교에 쓰이는 OECD '수정 균등화 척도'는 첫 성인을 1, 두 번째 성인을 0.5로 가중치를 둔다. 즉, 주거와 공과금, 생활비를 공유함으로써 생기는 규모의 경제가 고정지출을 크게 낮춰주며, 한쪽의 실직이나 질병이라는 불확실성에 맞서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공동 포트폴리오의 실질적 효과를 발휘한다.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도 결코 적지 않다. 배우자를 '가장 가까운 친구'로 둔 집단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실패를 털어놓고 작은 성취도 같이 기뻐해 줄 수 있는 인적 자산은 그 어떤 월급명세서로도 대체할 수 없다. 다만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배우자 만족도의 차이는, 함께 사는 행복을 지속하기 위해 가사와 돌봄의 공평한 분배라는 구조적 리모델링이 필수적임을 일깨워준다.

프랑스의 혼인 외 출생 비중이 59.7%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5.8%에 불과한 현실에서, 출산율 회복의 출발점은 결국 '결혼하고 싶은 환경'을 입체적으로 조성하는 데 있다. 최근 합계출산율이 2023년 0.72명에서 2024년 0.75명, 2025년 0.80명으로 2년 연속 반등했고, 2026년 7월 출생아 수도 전년 동월 대비 11.1% 늘며 25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출산정책의 성적표는 아이 숫자 만큼 부모의 삶이 얼마나 지켜졌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정말 결혼은 미친 짓일까? 생활비와 불확실성의 위험을 나누고 가장 든든한 삶의 동반자를 얻는 선택이라면 결혼은 여전히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 부부가 소득과 돌봄을 함께 나누고, 기업과 사회가 주거와 일자리의 문턱을 낮춰줄 때 결혼의 이익은 비로소 완성된다. 서로의 삶을 옥죄는 굴레가 아니라 영역을 넓혀주는 확장형 연대일 때, 오래된 집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안식처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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