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영국戰 승부차기 선방...2010 광저우 AG 아쉬움 씻어

영국의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다니엘 스터리지(22,첼시)의 공을 막아내는 순간, 이범영(23,부산 아이파크)의 모습은 2002년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호아킨의 공을 막아내던 이운재와 닮아 있었다.
2002년 이운재는 한국 축구에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감동을 선사했고 10년이 지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이범영은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4강 진출을 이끌었다.
10년 전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켰던 홍명보는 이제 감독석에서 기성용의 마지막 슛이 성공하자 두 손을 번쩍 들고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다. 여러모로 10년 전의 감동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이범영의 선방이었다.
올림픽 예선 동안 홍명보호의 골문을 지킨 이범영은 경험많은 골키퍼를 원했던 홍명보 감독의 판단으로 본선에서는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정성룡(26,수원)에 수문장 자리를 내줬다. 조별리그 3경기 동안 한국이 단 한 골만을 실점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그라운드에 이범영의 자리는 없었다.
기회는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영국과의 8강전에서 전반전 동안 눈부신 선방을 펼친 정성룡이 후반 13분 마이카 리차즈(24,맨체스터 시티)와 충돌하며 부상을 입은 것. 교체 투입된 이범영은 첫 번째 골킥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등 급작스러운 투입으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긴장은 잠시 뿐이었다. 이내 페이스를 되찾은 이범영은 연장전까지 이어진 영국의 공세 속에서도 골문을 굳건히 지키며 정성룡이 넘겨준 골문을 완벽히 지켰다.
그리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이범영은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며 스스로를 오늘 경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평소 승부차기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온 이범영은 영국의 키커들을 앞에 두고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결국 다섯 번째 키커인 스터리지의 공을 막아내면서 이범영은 길었던 승부의 대미를 장식했다. 한국의 승리였다.
이날 승리로 이범영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UAE와의 4강전에서 연장전 종료 직전 교체 투입된 뒤 곧바로 통한의 결승골을 내준 아픔을 씻을 수 있게 됐다. 정성룡의 부상으로 볼 때 이범영은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도 한국 대표팀의 골문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 이범영의 양 어깨에 더욱 무거운 짐이 지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