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의리'
올 상반기 최고의 유행어 중에 하나다. 배우 김보성이 데뷔 때부터 20년 넘게 강조했던 단어인 '의리'는 한 개그우먼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한 뒤 각종 광고에 사용되면서 말그대로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국내 축구계는 이 '의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4강행 티켓까지 확정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일찌감치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엔트으리=시작은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발탁이었다. 홍 감독은 취임 당시 "소속팀에서 활약하지 못하는 선수는 발탁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스스로 이를 깨고 박주영을 발탁했다. 박주영은 최근 3년 간 소속팀 아스널과 왓포드에서 거의 출전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윤석영 등도 승선했다.
반면 K리그 최고의 스타 이명주가 대표팀에서 탈락했고 부상으로 빠진 김진수를 대신한 박주호도 처음에는 월드컵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실력'보다 '의리'를 강조한 선발이라며 '엔트으리' 논란이 일어난 것은 당연했다.
특히 홍 감독은 월드컵 조별예선에서도 박주영과 골키퍼 정성룡을 출전시켜 축구팬들의 원성을 샀다.
결과는 우려했던대로 처참했다. 사상 첫 원정 8강의 목표를 내걸었던 대표팀은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2패를 기록해 H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국 대표팀은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8년만이며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안 바꾸으리=당연히 홍 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들끓었다. 홍 감독이 거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협회도 다르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부진을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짓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라며 홍 감독을 유임키로 결정했다. 홍 감독이 3차전 이후 사의를 표명했으나 협회 측에서 만류했다는 것. 축구협회는 이 시점에서 누가 책임진다는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독자들의 PICK!
'브라질 참사'라고까지 불리는 이번 월드컵에서의 부진한 책임은 어느 누구도 지지 않고 또한번 제식구 감싸기에 나서며 '의리축구'의 면모를 과시한 셈이다.
#안 보으리=이같은 축구협회의 홍 감독 유임 결정에 대해 축구팬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표팀의 귀국 기자회견장에서 엿을 투척했던 한 포털사이트 회원들은 홍 감독 유임 결정 후에 한국 축구 장례식을 치르며 협회 결정에 항의하기도 했다. 응원은 커녕 앞으로 대표팀의 경기를 보지 않겠다며 '보이콧'에 나선 팬들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홍 감독은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지휘한다. 자신들의 '의리'를 위해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과 국민들이 보냈던 '신뢰'를 져버린 홍 감독과 축구협회. 앞으로 남은 기간이 지금까지와 같은 내용의 '의리축구 시즌2'가 될 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내용의 '스핀오프'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