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0년 간 일본 축구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패스 속도의 향상과 유럽 진출 선수 숫자의 증대로 압축된다.
일본 축구는 전통적으로 선수들의 평균 체격이 작고 파워가 약했다. 일본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체격 조건과 체력을 앞세운 직선적인 축구 대신에 정교하고 빠른 패스로 공을 돌리면서 공간을 창출하는 스타일을 추구했다. 일본 선수들은 되도록 성공률이 떨어지는 롱 패스보다는 숏 패스를 선호했다.
특히 일본 축구는 빠르고 간결하게 처리하는 원터치 패스나 리턴 패스에 집중했다. 패스의 기술이 고도화 되면서 일본은 세계적 축구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이변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빠른 패스의 전개 능력은 탈압박이 중요한 현대 축구에서 빛을 발했다.
여는 패스를 주는 선수가 아니라 패스를 받아 주는 선수들의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패스의 강도와 방향에 따라 볼을 받는 선수들은 약속된 다음 플레이가 이어질 수 있도록 미리 이동했다. 일본 축구의 패스에는 다음 플레이를 위한 명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일본 축구는 정교하고 빠른 패스만으로 세계 축구의 벽을 넘기에 한계가 있었다. 벨기에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은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당시 일본은 2-0으로 앞서 나갔지만 체력과 높이를 앞세운 벨기에의 파상 공세에 휘말려 2-3으로 역전패 했다.

이후 일본은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 선수와의 신체적 접촉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쟁심과 체력적 준비가 절실하다는 점을 느꼈다. 예쁘고 정교한 축구만으로 신체 조건이 좋은 팀을 월드컵과 같은 무대에서 상대하는 건 어렵다는 교훈이었다.
이 때부터 일본은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이는 단순히 유럽 축구를 배운다는 것에서 벗어나 체격 조건이 좋은 유럽 선수들과 더 많은 일본 선수들이 일상적으로 같이 몸을 부딪히며 경쟁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2017-2018 시즌 유럽 축구 리그에서 활약한 일본 선수는 채 40명이 되지 않았지만 2025-2026 시즌에는 그 숫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이는 50%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세였다.
일본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늘어나게 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들이 공격과 수비에서 팀을 위해 헌신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부분은 일본 선수들의 낮은 이적료였다.
지난 2025년 일본 공영방송 NHK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에 진출한 일본 축구 선수들의 평균 이적료는 27만 달러(약 4억 600만 원)였다. 이는 벨기에(27억 원)나 네덜란드(24억 원)선수들의 이적료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한 마디로 일본 선수들은 유럽 축구 클럽으로서는 큰 부담없이 영입할 수 있는 대상이었던 셈이다.

또한 일본축구협회(JFA)의 정책적 방향성에 따라 연령별 대표 선수들이 유럽 군소 리그를 거쳐 빅리그에 진출하는 패턴이 완성됐다. 선수들은 무조건 빅리그 진출을 선택하지 않고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군소 리그에서 담금질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 약 60%는 일본 국가 대표팀 경력이 전무한 선수들이었다.
독자들의 PICK!
세계적 선수들이 모여 있는 유럽 축구 무대로 진출한 다수의 일본 선수들은 이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며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일본 국가 대표팀은 몇몇 중심 선수가 빠지더라도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팀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15일 발표된 북중미 월드컵 일본 대표팀 명단에는 핵심 선수인 윙어 미토마 가오루(29·브라이턴), 미드필더 미나미노 다쿠미(31·AS 모나코)가 부상으로 제외됐다.
하지만 일본에는 구보 다케후사(25·레알 소시에다드), 도안 리츠(28·프랑크푸르트), 가마다 다이치(30·크리스털 팰리스)등 이 두 선수를 대체할 자원이 즐비하다. 일본의 스쿼드 뎁스가 그만큼 두텁다는 의미다. 이번 일본 대표팀 명단에는 유럽 클럽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5~6명의 선수들이 빠져 있을 정도다.
일본 축구 역사상 첫 월드컵 8강 진출을 1차 목표로 설정한 일본 대표팀은 날카롭고 빠른 패스가 특장점이다. 여기에 체력전으로 전개될 월드컵 본선에서 두꺼운 스쿼드 뎁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의 '게임 체인저'는 일본 대표팀 전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