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수들만 뛰는 라운드 있어야" 여자배구 사령탑 '파격 제안', 왜?

"국내 선수들만 뛰는 라운드 있어야" 여자배구 사령탑 '파격 제안', 왜?

방이동=김명석 기자
2026.05.21 06:30
차상현 신임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국내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늘리는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 비중이 높은 V-리그 현실을 지적하며, 국내 선수들이 경기에 뛰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차 감독은 주요 국제대회가 있는 시즌에 한해 정규리그 일부 라운드를 국내 선수들로만 뛰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차상현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2026년 한국 남녀 배구 국가대표팀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차상현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2026년 한국 남녀 배구 국가대표팀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시스템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 선수는 결국 경기에 뛰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차상현(52) 신임 감독이 한국 배구계 발전을 위해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선수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선수들의 역할이 줄고, 자연스레 대표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시스템을 바꿔서라도 국내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차상현 감독은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2026 한국 남·여 배구 국가대표팀 감독 기자회견에 참석해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대표팀 14인 최종 엔트리 중 소속팀에서 베스트로 뛰는 선수는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게 한국 여자배구의 가장 큰 숙제"라며 여자배구 현실을 짚었다.

차 감독은 "국내 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건 배구인들도, 팬들도 다 잘 알고 있다. 다만 시스템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선수들은 성장할 수 없다. 선수는 결국 경기에 뛰어야 한다"면서 "국내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2025-2026시즌 프로배구 V-리그 득점 상위 10명 중 9명이 외국인 선수들로 꾸려지는 등 V-리그는 외국인 선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상황이다. 팀 공격의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다 보니, 자연스레 국내 선수들의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팀에서 공격 점유율이 10%대에 그치던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갑작스레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차상현 감독의 고민이 깊은 이유다.

그는 "아웃사이드 히터나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는 선수들과 미팅할 때도 '책임감'을 더 부여했다. 점유율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이야기했다. '들러리'가 아니라, 경기를 이길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국내 선수들도 누군가는 (중요한 순간에) 해결할 수 있고,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서 뛸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차상현 감독과 주장 강소휘가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2026년 한국 남녀 배구 국가대표팀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차상현 감독과 주장 강소휘가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2026년 한국 남녀 배구 국가대표팀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어 차상현 감독은 주요 국제대회가 있는 시즌에 한해서라도 국내 선수들만 출전시키는 라운드를 일부 도입하는 등 시스템 변화를 통해 국내 선수들의 출전 시간 등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이 있는 시즌에 한해서라도, 정규리그 세 라운드 정도는 국내 선수들로만 뛰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물론 팬들의 눈도 높아졌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들을 아예 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1~3라운드는 기존대로 하고, 나머지 4~6라운드는 국내 선수들로만 뛰게 하는 등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사령탑의 이같은 '파격 제안'의 배경엔, 점점 떨어지고 있는 한국 여자배구 경쟁력에 대한 위기의식과 맞닿아 있다. 실제 한국 여자배구는 과거 한때 2012 런던 올림픽·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성과를 냈으나, 김연경 등의 은퇴 이후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이 사이 세계랭킹도 어느덧 40위까지 추락해 아시아에서도 일본(5위), 중국(6위), 태국(18위), 베트남(28위), 카자흐스탄(35위), 대만(37위)에 밀린 위치가 됐다.

"여자배구 대표팀이 위기에 몰린 게 사실"이라고 언급한 차상현 감독은 "아시아에서도 경쟁이 쉽지 않다. 일본이나 중국은 세계 4강에 오를 수 있는 전력을 갖췄고, 태국이나 베트남도 많이 올라와 있다. 물러날 수 없는 끝자락에 있다"면서 "선수들에게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여자배구가 다시 도약하느냐, 제자리에 머무르냐를 가를 관건은 '얼마나 준비를 잘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여자배구 대표팀은 내달 필리핀 캔돈에서 열리는 2026 아시아배구연맹(AVC)컵에 출전하고, 8월에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선다. 아시아선수권은 2028 LA올림픽 출전권(우승)과 2027 국제배구연맹(랴퓨) 월드컵 출전권(3위 이내)이 걸린 대회다. 이어 9월엔 아이치·나고야(일본)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차상현(왼쪽)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강소휘 주장이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신관에서 열린 2026 한국 배구 국가대표팀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차상현(왼쪽)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강소휘 주장이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신관에서 열린 2026 한국 배구 국가대표팀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6 AVC컵 여자배구대회 여자 대표팀 최종 엔트리(14명)

- 세터 : 김다인(현대건설) 이수연(한국도로공사)

- 리베로 : 이영주(현대건설) 한다혜(페퍼저축은행)

- 아웃사이드 히터 : 강소휘(한국도로공사·주장) 김효임(GS칼텍스) 박여름(정관장) 이예림(현대건설) 정윤주(흥국생명)

- 아포짓 스파이커 : 나현수(현대건설)

- 미들 블로커 : 김세빈(한국도로공사) 박은진(정관장) 이다현(흥국생명) 이주아(IBK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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