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싸게 살 이유가 사라졌다?…사립대병원-도매사 특수관계의 그늘

약 싸게 살 이유가 사라졌다?…사립대병원-도매사 특수관계의 그늘

박정렬 기자
2026.05.21 07:00

[MT리포트]도 넘는 사립대병원 거래(上)

[편집자주] 사립대병원 운영자인 학교법인이 의약품 도매사를 설립하고 이곳이 산하 병원과 거래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현행법상 지분율 49% 이하라면 불법이 아니지만, 병원이 약을 싸게 살 이유가 사라져 결국 환자가 경제적 피해를 보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거래의 맹점과 해결책을 모색한다.

조선대 '의약품 도매사' 세우자…병원은 최저가→협상 낙찰 방식 급변경

조선대병원 입찰 방식 변경/그래픽=김지영
조선대병원 입찰 방식 변경/그래픽=김지영

조선대병원 의약품 입찰 과정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학교법인 조선대학교가 최근 의약품 도매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병원이 공급업체 선정 방식을 기존 최저가 낙찰에서 '협상 후 낙찰'로 갑자기 변경하면서다. 병원 안팎에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병원은 의약품 납품 전문성과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조선대병원은 올해부터 의약품 공급업체 선정 방식을 기존 최저가 입찰자에서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가장 낮은 입찰 금액을 제출한 도매사를 선정했다면, 앞으로는 제안서를 받고 점수를 매겨 공급업체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조선대병원은 이런 변경 기준으로 지난 4일까지 △A그룹 2000종 △B그룹 122종 △C그룹 79종의 의약품 입찰을 진행했다. 이 역시 기존과 비교해 그룹수는 줄이고, 개별 물량은 늘렸다. 전체 입찰 의약품의 75%와 23%를 차지하는 A·B그룹은 현재 제안서를 평가하고 있다. 2% 규모의 C그룹은 단일 입찰로 유찰됐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최저가 낙찰제는 가격 경쟁력이 기준인데 (올해부터) 의약품 납품의 전문성·안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낙찰 방식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조정 이유에 대해선 "수도권 병원은 유찰 과정에 복잡성을 해소하기 위해 2~4개 그룹으로 입찰을 진행해 이를 참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병원의 상위 기관인 학교법인 조선대학교가 2년 전 내부 구성원 반발로 중단된 의약품 도매사 합작법인 설립을 재추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점화하고 있다.

학교법인 조선대는 지난해 12월 제10차 이사회에서 '합작투자법인 설립을 위한 협약(안)'을 출석 이사 9명 전원 동의로 가결하고, 최근 '서석팜'이라는 이름의 의약품 도매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법인은 학교법인 조선대가 지분 49%, 의약품 도매사인 백제약품과 유진약품이 컨소시엄을 이뤄 나머지 지분 51%를 보유하는데, 이를 두고 '합작법인에 특혜를 주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학교법인 조선대는 2024년 5월 모집 공고를 통해 합작법인 설립을 공개 추진했지만, 조선대 교수평의회가 파트너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1년 넘게 설립이 지연됐다. 당시 조선대가 선정 업체를 '23번'으로만 공개하면서 편파 판정 논란에 불을 지폈다.

조선대병원은 서석팜의 입찰 여부와 전체 참여 업체 수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의 설립 배경을 묻는 질의에도 "병원 지분은 없으며 학교법인이 추진한 사항"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학교법인 조선대는 "합작법인 설립은 중장기 수익구조 다변화 차원에서 추진된 사항"이라며 "수익 발생 시 지분에 따른 배당을 받는 형태로 실수익 여부와 규모는 향후 도매법인의 운영 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매법인의 운영은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항으로 학교법인이 운영에 관여하는 구조는 아니다"며 "의약품 입찰은 병원 내부 기준과 절차에 따라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학교가 의약품 도매사 설립…이사회는 처음부터 "수익 창출" 강조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선대학교병원지부가 지난해 5월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1층 로비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열고 사측에 임금 인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광주=뉴스1)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선대학교병원지부가 지난해 5월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1층 로비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열고 사측에 임금 인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광주=뉴스1)

올해 조선대병원 입찰 방식이 학교법인 조선대학교가 지분 투자한 의약품 도매사에 유리하게 변경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학교 이사회가 합작법인 설립 당시 '실질적 이익'과 '수익 창출'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사회는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의약품 도매사를 세우고, 이곳이 의약품 입찰에 나서는 것을 두고 법 위반 소지를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파악된다. 2년 전에도 불공정 거래 논란으로 내부 구성원 반발이 극심했지만,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라며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학교법인 조선대학교 2025년 제10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이수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 9명과 감사 2명은 지난해 12월 18일 학교 본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합작투자법인 설립을 위한 협약(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헌법재판관 출신의 김 이사장이 해당 안건을 상정했고, 이어 법인사무처가 △합작법인 형태 △자본금 △이사회 구성 △매출 목표 등 주요 협약 내용을 설명한 후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2025년 조선대 이사회 10차 회의록 일부./사진=조선대학교
2025년 조선대 이사회 10차 회의록 일부./사진=조선대학교

회의록에 비춰 학교법인이 의약품 도매업 합작법인을 설립한 배경은 '수익 창출'이다. 가장 먼저 논의된 내용도 합작법인의 수익 배당금 활용 방안이었다.

A이사는 구체적으로 "실제 (합작법인) 운영 과정에서 실질적 이익을 가져오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보다 적극적으로 수익 창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다른 이사·감사의 반대 의견은 없었다.

이사회는 합작법인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상당한 논의를 진행했다. 학교법인 조선대는 의약품 도매사인 백제약품·유진약품 컨소시엄과 각각 49%와 51%의 지분을 갖고, 합작법인 서석팜을 설립했다.

이를 두고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학교법인과 합작법인의 관계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학교법인이 합작법인에 출자하고 이사를 추천하는 것에 법적 문제가 없는지 등의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현직 변호사인 B이사와 법원 사무처는 각각 △약사법상 법인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어 과반 확보가 불가능한 구조로 추천한 이사·감사의 역할이 중요하고 △지금까지 공정거래법상 지적 사항은 없으며 △타 대학 선례를 볼 때 수익사업 범위 내에 해당해 법적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회의록 상 이사회는 합작법인 설립과 이를 통한 병원과 의약품 거래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듯 보인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비슷한 다른 학교법인-병원도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이에 비춰 문제가 없다고 해석한 듯한 발언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현행 약사법 제47조 제7항에 따라 '특수관계인'은 의료기관에 대한 의약품 등 판매가 금지된다.

문제는 지분의 50%를 초과하거나, 법인의 임원 구성·사업 운영 등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특수관계인으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학교법인이 병원의 개설자이자 실질적인 경영자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도, 합작법인 지분을 49% 이하로 보유하고 임원을 상당수 집어넣지 않는다면 특수관계인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가 가능하다.

합작법인 설립 과정을 검토한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합작법인 설립 시 학교법인 지분율은 50% 미만으로 전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후자의 경우 약사법·상법에는 사실상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임원 구성 숫자에 대한 명시적인 해석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법령에서는 대표이사 임명과 해임 또는 임원 과반 선임 가능성, 조직변경·신규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지배적 영향력 등을 '경영을 사실상 지배'의 징표로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고려해 유사 합작법인들은 학교법인이 대표이사 임명권을 가지지 않고, 이사도 과반 이하인 2명 이하로 지정권을 가지는 경우가 통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합작법인의 조선대 학교법인 측 이사는 2명이다.

그러면서 "조선대 이사회 회의록에도 이런 점이 언급되고 있고 (이런 이유로) 주요 의사결정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작법인 설립과정에서 해당 약사법 조항 이외에 적용되는 조항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지분 49% 도매사, '특수관계' 세브란스병원에 6443억 약 판매

사립대병원 의약품 도매사 실적/그래픽=김지영
사립대병원 의약품 도매사 실적/그래픽=김지영

학교법인이 만든 합작법인이 산하 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행태가 최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조선대병원-조선대 이외에도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작법인의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일반 의약품 도매사보다 비교적 높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같은 '특수관계 합작법인'이 약가를 인위적으로 올린 채 고정하고, 이에 따라 환자의 경제적 피해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머니투데이가 주요 의약품 도매사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사립대병원과 연관성이 파악되는 곳은 △세브란스병원-안연케어 △경희대병원-팜로드 △한양대병원-에스앤비팜 △백병원-화이트팜 △성모병원-비아다빈치 등이다.

안연케어는 주식회사 아이마켓코리아가 51%, 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감사보고서 상에 학교법인 연세대는 '유의적 영향력 보유기업'으로 구분됐다.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연세의료원은 '기타특수관계자'다.

안연케어는 지난해 매출 7915억원, 영업이익은 32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81%인 6443억원이 '특수관계자' 연세의료원으로부터 나왔다. 지분 49%의 학교법인은 같은 해 배당금으로 90억원을 받았다.

팜로드는 애초에 경희의료원의 의약품 공급을 위해 설립된 도매사다. 국내 2위 의약품 도매사 백제약품 계열의 백제인베스트먼트와 학교법인 경희학원(경희매니지먼트컴퍼니)이 '유의적 영향력 보유기업'으로 구분돼있다. 기타특수관계자에는 경희대병원(경희의료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이 있다.

팜로드의 지난해 매출은 1149억원,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모회사인 의약품 도매사 백제약품(매출 2조 7508억원·영업이익 94억원)과 비교해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팜로드 역시 전체 매출의 87%가 경희대병원(536억원)·강동경희대병원(464억원)에서 발생했다.

사진=[서울=뉴시스]
사진=[서울=뉴시스]

이와 '판박이 사례'가 백제약품 자회사이자 의약품 도매사 에스앤비팜이다.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수익사업을 위해 설립한 한양매니지먼트컴퍼니와 한양대병원이 각각 유의적 영향력 보유기업·기타특수관계자에 속한다. 지난해 한양대병원을 상대로 전체 매출(690억원)의 99%인 68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의약품 도매사 화이트팜의 지난해 매출액은 1504억원, 영업이익은 94억원이다. 부동산 개발·공급사인 송암아이앤디가 51%,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49%의 지분을 갖는다.

같은 해 매출액의 88%인 1325억원은 학교법인 인제학원에서 발생했다. 인재학원은 산하 부산·상계·일산·해운대백병원을 운영한다. 전체 병상 수는 3000여개에 달한다.

특이한 부분은 배당 방식이다. 화이트팜이 발행한 보통주(77%)·우선주(23%) 중 우선주를 인재학원만이 갖고 있다. 주당배당금은 보통주 3137원, 우선주 6888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총배당금 60억원 중 인재학원이 46억원을 가져가 '최대주주' 송암아이앤디보다 더 많다.

의약품 도매사 비아다빈치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로 업계에서 유명한 회사다. 지난해도 매출 1조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서울성모병원을 운영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유지재단이 지분 80.12%를 가지고 있다가 사모펀드(PEF)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가 투자기업 서브원을 통해 지분을 인수했다.

현재 비아다빈치의 지분 구조와 매출 대상은 베일에 싸여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비아다빈치의 서브원 지분은 51%로 나머지 49%는 비지배지분이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6070억원의 매출을 낸 곳도 '고객 A'라고만 기재돼있고 비공개다. 다만, 업계에서는 애초 성모병원과 계약 관계가 돈독했던 만큼 '고객 A = 성모병원'으로 보고 있다.

의약품 도매사 영업이익률/그래픽=김지영
의약품 도매사 영업이익률/그래픽=김지영

이런 '특수관계 도매사'는 △학교법인을 비롯한 운영자가 지분 49%를 갖고 △산하 병원에서 매출 대부분이 발생하며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을 넘어 코로나19와 의정 갈등, 학생 수 감소로 '돈줄'이 마르는 지방 대학병원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특수관계 도매사'의 영업이익률이 일반 도매사보다 높다는 점을 들어 "학교법인이 병원을 대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한다" "의약품을 비싸게 판다는 방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약사법상 학교법인이 병원의 개설자이자 실질적인 경영자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도, 지분을 49% 이하로 갖는다면 해당 도매사가 병원과 의약품을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감사보고서에 직접 '유의적 영향력 보유기업' '특수관계자'라 표기했어도 지분을 조정하고 이사 수를 2명 이하로 두는 등의 조치로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