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세 투수의 20번째 시즌. 개막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다녀왔지만 지친 기색은 없다. 오히려 절정의 노련미까지 더해져 더욱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가 됐다.
한화 이글스의 살아 있는 전설 류현진 이야기다. 그는 지난 2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선발 6⅔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KBO리그(122승)와 미국 MLB(78승)를 합해 개인 통산 200승 고지에 올랐다. 4회 1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치며 팀의 5-2 승리와 주말 3연전 싹쓸이를 이끌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선 지난 3월 WBC 대표팀에 뽑혀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중 일부가 공교롭게 부상 또는 부진을 겪고 있다. 7명이나 출전한 LG 트윈스는 유영찬과 문보경이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했고, 박동원과 신민재는 타격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KT 위즈 안현민과 두산 베어스 김택연 역시 부상으로 제외돼 있고, KT 고영표와 SSG 랜더스 노경은 등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많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은 홈런 선두(13개), 두산 곽빈은 탈삼진 1위(66개)로 활약 중이고, KT 박영현(10세이브)과 한화 문현빈(타율 0.320), LG 손주영(5세이브) 등도 변함 없는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류현진에게서도 'WBC 후유증'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전성기 못지 않는 성적을 올리며 각종 투수 지표에서 최상위권에 자리해 있다.


시즌 9경기에서 5승 2패로 올러(KIA 6승)에 이어 다승 공동 2위, 평균자책점은 3.42로 리그 7위, 국내 투수 3위다. WHIP(이닝당 볼넷+안타)역시 1.04로 올러(0.93) 다음으로 2위이며, 피안타율은 0.240로 4위, 탈삼진은 47개로 공동 9위다. 이닝 소화 능력도 뛰어나 52⅔이닝으로 11위, 퀄리티 스타트(QS)는 4회로 공동 10위에 올라 있다. 우리 나이 마흔에 데뷔 후 20번째 시즌(LA 다저스 소속이던 2015년은 부상으로 결장)을 보내면서 어린 선수들보다 더 빛나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제 류현진은 11승을 보태면 팀 선배 송진우(60)가 보유 중인 KBO리그 최다승 기록(210승)을 넘어선다. 그는 2024년 한화에 복귀하면서 8년간 총액 170억원에 계약했다. 과연 44세가 되는 2031년까지 경쟁력을 유지한 채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앞으로 류현진의 걸음 하나하나는 고스란히 KBO 역사에 위대한 발자국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