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에 꽂힌 변화구도, 옆으로 크게 빠진 공도 아닌 한가운데 공을 놓쳤다. 롯데 자이언츠 포수 손성빈(24)에게도 스스로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손성빈은 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난 "포일하기 전부터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는데 손이 무감각하게 느껴졌다. 기분 탓이겠지만, 바로 그 전에도 직구가 글러브에서 빠져서 옆으로 굴러갔는데 그때부터 느낌이 싸했다"고 돌아봤다.
롯데는 2일 광주 KIA전에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양 팀이 4-4로 맞선 9회말 1사 2루에서 포수 손성빈이 최준용의 한복판 슬라이더를 잡았다 놓친 것. 그 사이 2루 주자 김규성이 3루까지 향했고, 한준수가 중견수 쪽으로 공을 멀리 보내면서 희생플라이 1타점으로 KIA의 5-4 역전승을 이끌었다.
프로 무대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실수였다. 그 하나에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손성빈도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떠야 했다. 이날 손성빈은 8회초 2사 2, 3루에서 좌중간 2타점 적시타로 4-3 역전을 만들고, 파울플라이를 잡기 위해 몸을 날리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 중이었다.

선수 본인에게도 충격이 큰 플레이였다. 손성빈도 "왜 그랬는지 정말 모르겠다. 나도 포수 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역전타치고 포일하고 내가 사실상 경기를 지배했다"고 자책했다. 이어 "정말 뇌 회로가 멈추는 느낌이었다. 버스 타서 호텔까지 가는데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보통 숙소에 가면 그날 경기를 다시 보면서 복기하는데 그날은 야구를 못 봤다. 그 정신으로 야구를 보면 더 밑으로 가라앉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무너진 멘탈을 동료들이 잡아줬다. 장두성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그를 찾아오는가 하면 선배들은 가벼운 농담으로 손성빈을 지켜줬다. 손성빈은 "선배들이 글러브가 뚫린 줄 알았다고 농담하며 풀어주셨다. 사실 나도 처음에 글러브가 뚫린 줄 알았다. 그럴 수도 있다고 격려해주는 형들도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어 "지나간 일을 계속 곱씹지 않으려 한다. 곱씹는다고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세상에 '만약'이란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그 상황을 복기해서 다음에는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하고 현재와 미래를 살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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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출신 사령탑도 손성빈을 감쌌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주전 포수가 될 수 있는 재목으로 손성빈과 박재엽을 꼽으면서 "(손)성빈이가 (포수치고) 공을 잘 못 잡는 편이다. 그래도 수비가 많이 좋아진 것이다. 나 첫해 왔을 때는 불펜 피칭 때도 일반 야수처럼 공을 잡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블로킹 타이밍도 좋아졌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으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격려했다.
이에 손성빈은 "감독님도 포수 출신이라 이해해주신 것 같다. 그제(2일)처럼 실수가 너무 크면 안 되지만, 나도 아직 내 야구 인생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실수를 할 테지만, 그만큼 더 좋은 결과도 있을 테니 지나간 건 잊고 매일매일 더 나아지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부진한 타격도 마찬가지다. 4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손성빈은 52경기 타율 0.216(116타수 25안타) 1홈런 1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565를 마크 중이다. 첫 풀타임 기회에 수비에 치중하는 건 사실이지만, 저조한 타격을 두고 볼 생각은 전혀 없다.
손성빈은 "포수인 만큼 항상 수비를 더 우선하는 건 맞지만, 타격도 신경 쓰고 있다. 더 잘 치기 위해 항상 준비를 열심히 한다. 쓰레기도 정말 열심히 줍고 있다"라며 "총량의 법칙을 믿는다. 안 좋은 일이 많아도 노력하다 보면 나중에 그만큼 더 좋은 일이 돌아올 거라 믿는다. 지금 우리 팀도 패배가 많아도 이 경험이 쌓여 다 승리로 돌아올 거라 생각한다. 그날을 위해 또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