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화이트(27)가 비 때문에 무려 1시간 반을 넘게 쉬고도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투혼을 보여줬다.
화이트는 지난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섰다. 1회말 박찬호의 땅볼 때 2루수 황영묵이 포구 실책을 저지르고 자신의 견제 악송구까지 나와 2사 3루에 몰렸으나 카메론을 삼진으로 잡아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빗줄기가 굵어지자 심판진은 두산의 1회말 공격이 끝난 직후인 오후 6시 45분 경기를 중단시켰다가 19분 뒤 재개했다. 화이트는 2회말 1사 후 양의지에게 선제 좌월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시속 148㎞ 가운데 높은 직구를 얻어맞았다. 이어 안재석에게 중전 안타, 오명진에게 우중간 3루타를 내줘 0-2로 끌려갔다.

한화가 4회초 공격을 마친 오후 7시 52분 경기는 다시 중단됐다. 비는 30여 분 뒤 잦아들었으나 내야에 고인 빗물을 스폰지로 빼내고 그라운드를 정비하느라 경기는 1시간 27분 만인 오후 9시 19분에야 재개됐다. 1, 2차 중단 시간을 합하면 총 106분(1시간 46분)으로 역대 KBO리그 공동 8위에 해당한다. 이 부문 최장 기록은 2023년 9월 17일 대전 한화-KT 더블헤더 2차전의 204분(3시간 24분)이다.
대개 투수들은 이렇게 오랜 시간 쉬다가 다시 공을 던지기가 쉽지 않게 마련이다. 그러나 화이트는 앞서 3회말 수비 후 경기 중단까지 합해 무려 1시간 30분 이상 휴식하고도 재개된 두산의 4회말 공격 때 다시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히려 더 안정감 있게 공을 뿌렸다. 4회말 2사 후 오명진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을 뿐 5회와 6회는 안타와 볼넷 없이 탈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막아내고 이날 투구를 마쳤다. 6이닝 동안 투구수 88개에 5피안타(1홈런) 1볼넷 2실점으로 끝내 퀄리티 스타트(QS)를 완성했다.
올 시즌 KBO리그 무대에 입성한 화이트는 첫 등판인 3월 31일 대전 KT 위즈전에서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가 공을 받다가 왼쪽 햄스트링 근육 파열 부상을 당했다. 한 달 보름 뒤인 5월 16일 KT전에서 복귀해 6⅓이닝 2실점으로 첫 승을 따내고 29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7이닝 3실점으로 승리를 추가했다. 시즌 성적은 5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3.04.


한편 두산은 이날 5회초부터 선발 잭로그를 내리고 최준호를 등판시켰다. 잭로그의 투구수가 60개에 불과했고 팀이 2-0으로 앞서 1이닝만 더 던지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으나 오랜 시간 휴식한 점을 고려해 교체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두산은 불펜을 조기 가동하는 부담을 안았으나 최준호와 이병헌, 박치국, 이용찬이 남은 5이닝을 집중력 있게 막아내 3-1의 값진 승리를 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