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정승우 기자] 월드컵 무대 위에서는 국가대표팀이 승부를 벌인다. 경기장 밖에서는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영국 'BBC'는 20일(한국시간)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월드컵 브랜드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둘러싼 양대 스포츠 브랜드의 마케팅 경쟁을 조명했다.
월드컵은 숫자의 대회다. 어느 팀이 가장 많은 골을 넣었는지, 어느 팀이 승점을 얼마나 쌓았는지, 누가 토너먼트에 오르는지가 숫자로 결정된다. 마케팅도 다르지 않다. 어느 브랜드의 기업 가치가 더 큰지, 어느 쪽이 더 많은 제품을 팔았는지도 숫자로 평가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막대한 예산을 앞세워 정면 승부에 나섰다.
나이키의 월드컵 광고 'Rip the Script'에는 킬리안 음바페, 엘링 홀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르브론 제임스 등이 등장한다. 축구계를 넘어 농구 슈퍼스타까지 끌어들인 초대형 프로젝트다.
아디다스도 물러서지 않았다. 'Backyard Legends'에는 라민 야말, 주드 벨링엄, 리오넬 메시, 지네딘 지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에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데이비드 베컴까지 더해졌다.
두 광고 모두 전통적인 스포츠 광고라기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가깝다. 출연진 이름값만 봐도 제작비가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BC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해당 광고 제작에 약 5,000만 파운드(한화 약 1013억 원)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브랜드 모두 정확한 제작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천만 파운드 규모의 비용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튜브 조회 수만 놓고 보면 초반 승자는 나이키다. BBC 보도 시점 기준 나이키 광고는 7,6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아디다스 광고는 약 700만 조회 수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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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로 안드라데 나이키 글로벌 풋볼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는 BBC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는 이야기가 더 빠르게 이동하고, 더 빠르게 쪼개지고, 더 빠르게 재해석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하나의 완성된 광고 영상만으로 모든 일을 해내던 방식은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디지털과 현실 모두에서 살아 움직이는 축구 세계를 만들었다. 팬, 선수, 창작자들이 해석하고 재창조할 수 있는 장을 여는 것이 중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아디다스는 월드컵과 오랜 인연을 자랑한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전설적인 공인구 '텔스타'를 제작한 브랜드가 바로 아디다스다.
플로리안 알트 아디다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브랜드·퍼포먼스 부사장은 "우리의 캠페인은 축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장면을 담았다. 동네 경기장, 이길 수 없는 팀, 전설이 되는 이야기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TV를 보든, 소셜미디어에서 좋아하는 선수를 따라가든, 축구가 만든 문화를 즐기든, 그들이 있는 곳에서 만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현장 분위기에서는 아디다스가 앞서 있다는 평가도 있다. BBC는 뉴욕 소호 지역의 두 브랜드 매장을 비교했다. 아디다스와 나이키 플래그십 스토어가 마주 보고 있지만, 월드컵 분위기에 더 깊이 들어간 쪽은 아디다스였다고 전했다.
아디다스 매장은 월드컵 브랜딩으로 외관을 꾸몄고, 대표팀 유니폼과 대회 관련 상품을 전면에 배치했다. 반면 나이키 매장은 최근 NBA 우승을 차지한 뉴욕 닉스 관련 콘텐츠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맨해튼 곳곳에서도 아디다스의 월드컵 광고와 팝업, 프로모션 부스가 눈에 띄었다. BBC는 "나이키의 본거지인 미국에서조차 초반 주목도 경쟁에서는 아디다스가 앞서 있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유니폼 경쟁도 치열하다. 이번 월드컵 본선 참가국 유니폼을 기준으로 아디다스는 14개 팀을 맡았다. 나이키는 12개 팀이다. 푸마는 11개 팀으로 뒤를 이었다.
축구 유니폼은 더 이상 경기장 안에서만 입는 옷이 아니다. 패션과 스트리트웨어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일본, 퀴라소 등 일부 대표팀 원정 유니폼은 젊은 팬층과 디아스포라 커뮤니티 사이에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스포츠 브랜드 전략가 제임스 커컴은 BBC에 "요즘 젊은 팬들은 최소 4개 이상의 국가를 응원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 선수를 따라가는 경향도 강하고, 이는 곧 유니폼 판매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선수 스폰서십도 핵심 전장이다. 메시는 아디다스와 20년 이상 함께하고 있다. 호날두는 2003년부터 나이키의 대표 얼굴이다. 음바페는 8세 때 나이키와 계약했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13세부터 나이키 축구화를 신었다.
주드 벨링엄과 라민 야말은 아디다스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버질 반 다이크, 마커스 래시포드 등은 나이키의 주요 축구 스타다.
막대한 돈도 오간다. BBC는 블룸버그를 인용해 호날두가 나이키와 연간 약 1,800만 달러(약 276억 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고 전했다.
월드컵은 축구 대회이자 거대한 상업 무대다. 알트 부사장은 "FIFA 월드컵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다. 스포츠 브랜드로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나이키의 안드라데 부사장 역시 "가장 큰 축구 대회가 시작되면 데이터는 같은 사실을 다시 알려준다. 축구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연결고리다. 수백만이 아니라 수십억 단위의 규모"라고 강조했다.
아직 진짜 승자는 가려지지 않았다. 조회 수, 매장 노출, 유니폼 판매, 선수 영향력, 브랜드 이미지까지 평가 기준은 다양하다. 월드컵 트로피가 주인을 찾은 뒤에야 어느 브랜드가 더 큰 효과를 거뒀는지 계산이 가능하다.
월드컵은 숫자로 말한다. 경기장 안도, 광고판 위도 마찬가지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