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개최국 멕시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조기 32강 진출 확정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한국은 1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멕시코에 0-1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체코가 1-1로 비기며 한국이 멕시코를 꺾을 경우 조 1위 조기 확정이 가능했으나, 후반 초반 허무한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아쉬운 결과를 받아 들었다.
결과만큼이나 큰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이 있다. 한국 최초의 독일 귀화 국가대표 선수로 큰 기대를 모았던 멀티 플레이어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가 이번 대회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스트로프는 월드컵 본선 무대가 개막한 이후 치러진 체코와 1차전과 이번 멕시코와 2차전 모두 벤치만을 지켰을 뿐,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철저히 외면당했다. 월드컵 직전 최종 평가전이었던 트리니다드토바고전(0-5 패)에서 61분을 소화하고, 엘살바도르전(1-0 승)에서 28분을 뛰며 대표팀 적응을 마치는 듯했지만, 본선 무대에서는 홍명보 감독의 계산에 완전히 제외된 모양새다.
특히 홍명보 감독이 측면 수비진에 파격적인 연쇄 이동을 감행하는 와중에도 카스트로프의 이름은 없었다. 멕시코전 선발 명단에는 지난 1차전 벤치에 머물렀던 김문환(대전하나시티즌)을 오른쪽 수비로 전격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1차전 오른쪽을 책임지던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가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기존 왼쪽 선발이었던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은 벤치로 내려갔다. 메짤라는 물론 왼쪽 백,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소화할 수 있는 카스트로프의 멀티 능력을 고려하면 이 같은 철저한 배제는 의문 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지켜본 카스트로프의 상태를 고려하면 의문은 더욱 깊어진다. 조별리그 기간 내내 치바스 베르데 바예 훈련장에서 대표팀의 훈련 과정을 꾸준히 지켜본 결과, 카스트로프의 몸 상태에는 그 어떤 이상 징후도 없었다.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 없이 모든 회복 및 전술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했고, 가벼운 몸놀림을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훈련장 안팎에서 한국인 동료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장난을 치는 등 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두루 잘 지내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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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프의 이 같은 처지는 그의 소속팀 내 압도적인 입지와 비교하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카스트로프는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무려 26경기에 출전해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 주전 멤버로 맹활약했다.
2025~2026에 앞서 묀헨글라트바흐로 전격 이적한 카스트로프는 에디전트 프랑크푸르트와 분데스리가 5라운드 경기에서 3-4-2-1 포메이션의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감각적인 헤더 골로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작렬하는 등 매 경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뿐만 아니라 강호 바이어 레버쿠젠전에서도 전반 23분 상대 뒷공간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호쾌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비디오 판독(VAR) 끝에 아쉽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골이 취소되는 등 매 경기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증명해 왔다.
독일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음에도 결국 한국 대표팀을 선택해 분데스리가 사무국마저 놀라게 했던 유럽령 특급 유망주가 정작 가장 중요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철저히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난 대표팀 소집 당시 멕시코를 상대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경합 성공(3회)을 기록하고, 미국전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89%의 높은 패스 성공률과 탄탄한 지상·공중볼 경합 능력을 선보이며 검증을 끝낸 자원이기에 아쉬움은 배가된다.
홍명보호는 이제 자칫하면 조별리그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최종전 배수의 진만을 남겨두고 있다. 과연 분데스리가 무대를 수놓은 멀티 플레이어 카스트로프 카드가 홍명보 감독의 닫힌 계산기 속에서 마침내 빛을 볼 수 있을지, 시선이 3차전 벤치로 쏠릴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