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민 선수가 프로에서 안 통하면 대학 야구 다 죽어요."
한 대학 야구 지도자의 말이다. 과한 표현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만큼 대학 야구 현장은 절박하다. 고교 시절 지명받지 못한 선수가 대학에서 다시 성장해 상위 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에서도 버텨내야 다음 대학 선수들에게도 길이 열린다. 롯데 자이언츠 대졸 신인 박정민(23)도 그 무게를 모르지 않는다. 그는 "대학 선수들이 나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정민은 서당초-매송중-장충고-한일장신대 졸업 후 2026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대졸 우완 신인이다. 최고 시속 152㎞ 빠른 공과 완성도 높은 서클 체인지업으로 대학 최대어로 꼽혔다.
프로팀이 대학 선수에게 기대하는 건 결국 즉시전력감이다. 고교 유망주보다 나이가 있는 만큼, 더 빨리 1군 전력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 박정민은 그 기대에 상당 부분 부응했다. 올해 박정민은 전반기 39경기에 등판해 5승 2패 9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했다. 제구에서 숙제도 남겼지만, 피안타율 0.198의 구위와 과감한 승부를 앞세워 롯데 불펜에 힘을 보탰고 감독 추천 선수로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박정민의 전반기 성과는 대학 야구 지도자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았다. 이승종 부산과학기술대(부산과기대) 감독은 최근 스타뉴스에 "(대졸 선수인) 박정민 선수가 2라운드에 지명된 건 정말 다행이었다. 또 만약 박정민 선수가 프로에서 통하지 못했다면 대학 야구는 다 죽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선수의 상위 라운드 지명이 힘들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박정민 선수가 실패했다면 대학 야구에 대한 인식이 또 안 좋아지고 아무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박정민 선수가 올해 잘 던져주면서 '대학에서 조금만 하면 이런 선수를 뽑을 수 있겠다'라는 어느 정도 기준이 설 수 있었다"고 냉정한 현실을 짚었다.
박정민도 같은 마음이었다. 전반기를 마무리하기 전 부산에서 만난 박정민은 "내가 프로에 지명됐을 때부터 목표 중 하나가 '대학 선수들이 나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고 담아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대학 야구는 고교야구보다 아무래도 관심과 주목도가 떨어진다.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하고 경기를 준비한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점점 줄어든다. 난 대학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는지 겪어봤기 때문에 프로에 가서 꼭 잘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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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년간 고졸 선수의 프로 직행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서 대학 야구는 빠르게 위축됐다. 그 과정에서 대학에 진학한 야구 선수들에게는 '한번 실패한 유망주'라는 낙인이 찍혔다. 박정민은 "대학 선수들은 일단 (프로 지명이란) 실패를 한 번 경험해 본 사람들이다. 솔직히 그 절망감은 정말 크다. 그걸 이겨내는 과정에서 선수들은 멘탈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돌아봤다.
대학에서 구속이나 파워가 늘어도 나이가 들며 몸이 붙은 결과 정도로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있다. 졸업 후 2년 혹은 4년 뒤 후배들과 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해선 경기 운영, 변화구, 커맨드, 수비 등 더 높은 완성도가 요구된다.

박정민은 후배들에게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 선수다. 그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때 '박정민은 어떤 선수인가'를 많이 고민했다.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나보다 4살 어린 선수들과 경쟁해 지명될 수 있을지 고민했을 때 결론은 육각형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순서를 정해 4년을 준비했다.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건 구속이다 보니 대학교 저학년 때는 구속 향상에 가장 집중했다. 3학년 때는 변화구로 카운트 잡는 능력에 집중하고 경기 운영을 열심히 공부했다. 4학년 올라가서는 커맨드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대학 야구 대세는 2년제 진학이다. 대학에서 4년이나 있느니 2년 동안 빠르게 성장해 프로 무대를 한 번이라도 더 노려보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박정민은 4년이란 시간을 후회하지 않았다.
박정민은 "나도 4년제 학교에 갔지만, 얼리 드래프트를 목표로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나는 4년이 필요한 선수였다. 오히려 4년이 있었기에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이선우 한일장신대 감독님께 정말 감사한 게 많다. 기술적으로나 멘탈적으로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4년간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다.
전반기 막판 재정비 차원에서 2군으로 향한 박정민은 후반기에는 1군 콜업돼 불펜에 큰 힘이 돼줄 것으로 기대받는다. 박정민은 "다른 건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꾸준하게 던지면서 팀이나 팬분들이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