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창단한 2년제 대학 야구부가 대학 야구계 신흥 강호로 올라섰다. 이승종 감독이 이끄는 부산과학기술대(부산과기대)가 그 주인공이다.
부산과기대는 2020년 창단 후 3년 만에 U-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대통령기와 전국체전까지 제패했다. 성적만 낸 것도 아니다. 최현석(SSG 랜더스)을 시작으로 창단 6년 만에 5명의 KBO 신인드래프트 지명자를 배출했다. 육성 선수까지 포함하면 프로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20명에 육박한다.
이제는 부산 지역 선수만 찾는 학교도 아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부산까지 내려오는 '야구 유학' 사례도 생겼다. 올해 대학 야구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고 출신 곽병진(20)도 부산과기대가 야구를 잘하는 학교라는 말에 과감히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갓 창단한 2년제 대학이 어떻게 대학 야구 강호가 됐을까. 이승종 감독은 답을 복잡하게 돌리지 않았다. 그는 최근 스타뉴스와 만나 "우리는 수업이 야구다. 겨울에도 매일 시합한다"고 말했다.
부산과기대는 일반적인 대학야구부와 운영 방식이 다르다. 재활운동건강과 안에 야구부만 따로 수업받는 구조가 마련돼 있다. 학교 측과 재활운동건강과 이은주 교수의 협조가 있어 가능했다. 이 감독은 "보통 대학은 한 반에 일반 학생들과 야구부가 섞여 수업을 듣는데 우리는 야구부끼리만 수업해 자연스럽다. 이은주 교수님이 단장을 맡아 관리를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월, 화, 수는 재활 마사지 같은 일반 수업을 받고, 목금은 야구 수업을 듣는다. 코치들이 수비 훈련을 하는 것도 수업이다. 아마 이런 시도는 우리가 전국 최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업과 훈련이 분리되지 않으니 경기 수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부산과기대는 2월 윈터리그부터 사실상 시즌을 시작한다. 학기 중에도 오후 수업을 마치면 연습경기를 치르고, 부족한 부분은 학교로 돌아와 야간 훈련으로 채운다. 1년에 120경기 안팎을 소화하고, 필요하면 더블헤더도 치른다.
이 감독은 "다른 학교에 비하면 훈련량이 많은 편이라 힘들 것"이라며 "처음 시작할 때 선수 기량이 많이 늘어야 프로에 간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 하지만 열심히만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연스레 노하우도 생겼다. 이 감독은 "처음엔 4년제를 이기는 게 쉽지 않았다. 대학교 1학년과 4학년은 힘 차이가 너무 났다.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부터 체계적으로 시켰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 때 힘이 없던 선수들도 20~21세가 되면 체격과 골격이 완성되고 힘이 많이 붙는다. 이때 기술적으로 조금만 잡아주고 경험을 많이 쌓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운동을 해야 할 시기에 운동을 많이 하면 기량도 많이 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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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성장할 유망주를 찾기 위해 스카우트 단계부터 공을 들였다. 서울 중앙고, 부산 개성고, 순천 효천고 등에서 코치를 역임했던 이 감독은 좋은 선수라면 광주든 인천이든 전국을 다니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이 감독은 "기록만 보면 잘하는 선수만 보인다. 나는 지금 당장은 조금 부족해도 가능성 있는 선수를 찾으려 한다. 신체 조건이 좋고, 던지는 폼이 괜찮고, 성실하면 기량이 많이 늘어난다. 신체 조건이 부족해도 메커니즘이 좋으면 데리고 온다"고 밝혔다.
코치진 투자도 부산과기대의 강점이다. 현재 팀에는 투수 코치 2명, 야수 코치 3명이 있다. 타격, 배터리, 내야 수비 코치까지 세분돼 있다. 보통 코치는 한두 명인 대학 야구 현실에서 이례적인 규모다. 덕분에 적어도 야수들은 외부 레슨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레슨장에 가도 신경 쓰지 않는다. 정해진 훈련 시간만 지키면 된다. 다른 노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걸로 운동에 지장이 생기면 본인만 손해다. 실력이 떨어지면 경기에도 못 나간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특히 야수들은 레슨장 가는 선수가 거의 없다. 코치님들이 계속 피드백을 해준다. 그래서 난 우리 코치님들을 높게 평가한다.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 선수들이 코치 말을 믿고 따른다는 건 훌륭한 지도자라는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그렇게 모인 50명 전후의 야구부원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다. 일례로 에이스 곽병진도 지난해 공식경기에서 28⅔이닝을 던진 것이 팀 내 최다 이닝이었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겠다는 운영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감독은 "우스갯소리로 우리 선수들은 누가 다치면 좋아한다. 본인이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연습 경기에서 잘 치고 좋은 모습을 보이면 정식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서로 열심히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 야구는 투구 수 제한이 없다. 성적을 내려면 한두 명에게 다 던지게 하면 되지만, 한 경기 100개씩 던지게 하지 않는다. 그러느니 다른 선수에게도 기회를 준다. 모두에게 기회를 주면서 성적을 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좋은 성적을 나야 프로에도 자주 간다. 힘들어도 성적과 육성을 다 챙겨야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과기대가 짧은 시간 안에 신흥 강호로 올라선 건 우연이 아니었다. 야구부만을 위한 수업 구조, 1년에 120경기 안팎을 치르는 실전 경험, 코치진에 대한 투자, 그리고 한 번 지명에서 밀린 선수들에게 다시 경쟁할 기회를 주는 운영 방식이 맞물린 결과였다. 서울 유망주들이 굳이 부산행을 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