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 한 점 차 승부가 끝난 뒤에도 응원은 이어졌다. 승리한 카스카베 고교 선수단과 응원단은 기쁨을 잠시 내려놓고, 패배한 치치부 고교에 뜨거운 박수와 힘찬 응원을 보냈다. 그렇게 한 학교의 여름은 계속됐고, 다른 학교의 마지막 여름은 상대의 응원 속에 막을 내렸다.
카스카베 고교는 지난 12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오미야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제108회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사이타마현 지역예선 2차전에서 치치부 고교에 9-8 진땀승을 거뒀다.
양 팀 합쳐 25개의 안타와 그에 못지 않은 사사구로 17점을 주고받은 치열한 경기였다. 한국 고교야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도 나왔다. 치치부 고교 에이스 카기누마는 8이닝 동안 130개가 넘는 공을 던지며 9실점 완투패했다. 그런가 하면 카스카베 고교 에이스 다카하시는 제구난조로 2회 내려온 뒤 배트 보이를 자처했다.
양 팀 선수들의 유니폼은 금세 흙투성이가 됐고 득점할 때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에서 포효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날 카스카베 고교와 치치부 고교의 경기에는 약 1000명이 넘는 관중들이 찾았다. 프로야구도 전국의 관심이 집중되는 고시엔 본선도 아닌 지역예선에 이들이 마음을 쏟는 이유가 궁금했다. 현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켄타로 씨는 "고교야구는 청춘이잖아요"라는 한 마디로 정의했다.
자녀가 카스카베공고에 재학 중인 켄타로 씨는 고교 시절 직접 야구를 했다. 매년 지역예선을 찾는 열성 관중은 아니지만, 학생 선수들이 모든 것을 쏟는 모습에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간다고 했다.
가족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켄타로 씨는 "고교야구는 일생에 단 한 번밖에 경험할 수 없는 무대다. 경기에서 지면 그대로 끝나기 때문에 선수들이 보여주는 열정과 에너지부터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이어 "일본에서는 예전부터 야구가 대표적인 스포츠였다. 그런 문화와 역사가 이어지면서 고교야구도 자연스럽게 지역에 뿌리내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32도의 더운 날씨에도 오미야공원 구장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관중이 모였다.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70~80대 노인들까지 삼삼오오 동네 축제를 즐기듯 고교생들의 야구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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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태어나고 사는 지역의 팀을 응원한다는 감정은 특별했다. 일본 고교야구는 프로 구단이 없는 지역에서 그들만의 팀으로 자리잡았다. 주말임에도 교복을 입고 모교를 응원하기 위해 온 학생들도 있었다.
쇼치후카야 고교의 산노미야 씨와 미츠하시 씨는 모교 경기를 보기 위해 후카야에서 약 1시간 30분이 걸려 이곳까지 왔다. 두 사람 모두 지역예선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츠하시 씨는 "고교야구를 많이 보지 않았는데, 우리 학교가 대회에 출전해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산노미야 씨는 "3학년 선수들에게는 패하면 은퇴해야 하는 마지막 대회다. 그래서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마음과 자존심이 맞부딪힌다. 그런데서 프로야구와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고교야구를 지켜본 중년 관중과 처음 경기장을 찾은 여고생이 사용한 표현은 달랐다. 하지만 두 사람이 바라본 것은 같았다. 다시 경험할 수 없는 학생들의 마지막 무대였다.


일본 전국 3700여 개의 고교야구 팀 중 여름 고시엔 본선에 오르는 학교는 고작 49개 팀뿐이다. 지역 대표가 되는 것만 해도 대단한 영광이다. 사이타마현 예선에도 139개 팀이 참가했지만, 단 한 학교만이 고시엔에 나갈 수 있다. 그 중 하나인 127년 전통의 카스카베 고교도 지역예선 32강전이 최고 성과였다.
지역 예선 무대를 밟는 것도 아무에게나 허용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만난 선수들이 속한 야구부에는 50~60명가량이 있었지만 대회 엔트리에 들어가는 선수는 20명 안팎이었다. 이들은 평일에는 수업을 마친 뒤 밤까지 훈련하고, 휴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구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두가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것이 아니었다. 쇼치후카야 고교의 아스토 씨와 이야나기 씨는 각각 소방관과 스포츠 트레이너가 꿈이었다. 이야나기 군은 "고시엔은 모든 고교야구 선수가 목표로 삼는 최고의 무대"라면서도 "프로야구 선수 외에도 각자 다양한 꿈과 목표가 있다"고 미소 지었다.
관중석의 응원은 미래의 프로야구 스타에게만 보내는 것이 아니었다. 야구가 직업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야구선수로서 모든 것을 쏟는 학생들을 향한 응원이었다.


누군가에게 마지막이 될지 모를 경기를 위해 모두가 합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현역 고교생들은 학생 응원단으로 참여했고, 일부 졸업생들은 후배들과 함께 브라스 밴드를 꾸려 장관을 이뤘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자신들을 3시간 넘게 응원해준 응원단에게 학생 선수들이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는 시간도 있었다.
저학년생들은 안내와 대회 운영을 도왔고, 일부 관중들은 경기 후 사용했던 자리를 청소하며 열정의 공간을 더럽히지 않았다. 선수들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기를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치르고 있었다. 이러한 참여는 고교야구가 오랫동안 학교와 지역 안에서 이어져 온 배경을 짐작하게 했다.
그렇게 카스카베고의 여름은 한 경기 더 이어졌다. 그와 동시에 치치부고 3학년 선수들의 고교야구는 이날로 끝났다. 그러나 치치부 고교 학생 선수들이 관중석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돌아설 때까지 응원은 멈추지 않았다. 승자는 자신의 승리만 기뻐하지 않았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패자의 마지막 여름까지 함께 배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