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차이가 뭐라고' 기상청 예보에 의존한 KBO, 결국 관중 심정지에 멈췄다

'1~2℃ 차이가 뭐라고' 기상청 예보에 의존한 KBO, 결국 관중 심정지에 멈췄다

김동윤 기자
2026.08.0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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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관중 심정지 사고가 발생하자 5일과 6일 예정된 전 경기를 취소했다.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대 남성 관중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는 등 폭염 속 경기 운영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KBO는 6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개최하여 폭염 관련 리그 종합 운영 방침과 안전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논의할 방침이다.
심판진이 지난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경기 9회초를 앞두고 관중석에서 쓰러진 야구 팬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심판진이 지난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경기 9회초를 앞두고 관중석에서 쓰러진 야구 팬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갈팡질팡하던 한국 프로야구가 결국 관중 심정지란 아찔한 사고를 겪고 나서야 멈추어 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6일에 예정된 KBO 리그 및 퓨처스리그 전 경기를 취소했다. 또한 6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개최하고 폭염 관련 종합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5일 공식 발표했다.

구단 단장 및 프로야구 선수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이번 긴급 실행위원회는 관람객과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향후 폭염 관련 리그 종합 운영 방침과 안전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논의한다.

전날(4일) 인천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발생한 사고가 결정적이었다. 25세의 남성 관중은 9회초를 앞두고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SSG 구단에 따르면 현장에 도착한 안전요원 팀장이 환자의 의식이 없음을 확인하고 그 즉시 119 신고와 함께 기도를 확보했다.

해당 관중에게 심정지가 생기자 현장에서는 약 20초간 심폐소생술이 이뤄졌고, 이후 도착한 자동심장충격기로 한 차례 전기 충격을 가했다. 다행히 관중은 의식을 회복한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추가 진료를 받았다. 경기 종료 후 퇴장하던 또 다른 관중이 실신한 사례도 있었다.

폭염 속 경기 운영을 둘러싼 우려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인천 SSG-LG전은 4일 경기에 앞서 KBO가 제시한 폭염 대비 경기 운영 기준에 따라 정상 진행됐다. 지역마다 날씨가 다르고 경기 취소에 따른 파급력도 큰 상황에서, KBO가 공신력 있는 기상청 특보를 토대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려 한 취지는 이해됐다.

KBO가 지난 4일 마련한 기상특보 단계에 따른 경기 운영 기준. 하지만 이 시도는 단 하루만에 허점을 드러냈다. /사진=KBO 제공
KBO가 지난 4일 마련한 기상특보 단계에 따른 경기 운영 기준. 하지만 이 시도는 단 하루만에 허점을 드러냈다. /사진=KBO 제공

다만 이번 사례를 통해 행정구역 단위의 기상특보만으로 개별 야구장의 실제 위험까지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KBO가 발표한 기준에 따르면 폭염 중대경보가 내려진 지역의 경기는 취소할 수 있었다. 올해 6월 새로 도입된 폭염 중대경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 38℃ 또는 일 최고기온 39℃ 이상이 예상될 때 발효된다.

그러나 인천 SSG랜더스필드가 속한 지역의 최고기온은 36.3℃, 최고 체감온도는 37.2℃로 기준에 근소하게 미치지 못했다. 수치상으로는 경기 개최가 가능했지만, 실제 야구장 환경까지 안전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37℃와 38℃는 규정상 다른 단계일 수 있지만 인체가 받는 부담이 그 경계에서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체감온도가 38℃에 이르면 전체 사망위험과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이 뚜렷하게 커진다.

기상청 수치가 경기장 내부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기온은 관측 지점과 주변 환경에 따라 1~2℃ 차이가 날 수 있다. 당장 인천만 해도 서해의 영향으로 낮 최고기온이 내륙보다 상대적으로 낮지만, 밤에도 열이 쉽게 식지 않는 지역이다. 실제로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인근 기온은 오후 9시가 돼서야 33℃ 아래로 내려갔다.

더욱이 선수들과 관중들은 더위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수들은 경기 전 훈련부터 그라운드 복사열에 장시간 노출되고, 관중은 뜨겁게 달궈진 콘크리트 관중석에 세 시간 이상 머문다. 조금 더 체계적인 판단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두산 양의지가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두산 양의지가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프로테니스협회(ATP)가 활용하는 더위지수(WBGT)는 눈여겨볼 만한 지표다. 관측·예보된 기온과 습도 등을 토대로 사람이 느끼는 더위를 기온으로 나타낸 기상청 체감온도와 달리, WBGT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 복사열, 바람 등을 반영한 수치다. ATP는 WBGT가 32.2℃를 넘으면 경기를 중단하는 규정을 2026시즌부터 모든 투어에 적용했다.

해외 프로야구 리그 역시 폭염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일본프로야구(NPB)는 돔구장으로 해결했다. 텍사스주, 애리조나주 등 덥기로 유명한 연고지의 메이저리그 팀들은 이미 돔구장을 마련해놓은 지 오래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로 미국이 7개, 일본이 6개의 돔구장을 마련해 놓고 있다.

여기에 NPB는 대부분의 경기를 오후 시간으로 미뤄 폭염으로 고생할 만한 상황 자체를 없앴다. 대부분 야간 경기가 열리는 대만프로야구(CPBL)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상 기온으로 폭염이 심해지고 있는 미국도 마이너리그 주간 경기를 저녁으로 옮기고 구장에 식수대를 추가 설치하는 등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고 KBO 리그 모든 구장을 당장 돔으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기상청 특보는 경기 전 사전 위험을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폭염이 예상되는 날에는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WBGT를 직접 측정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은 검토할 수 있다.

폭염을 일 년에 며칠 찾아오는 예외 상황으로만 볼 수도 없다. 지난해 기상청이 발간한 기후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일수는 2010년대 13.3일에서 2020년대 16.9일, 열대야 일수는 2010년대 19.7일에서 2020년대 28일로 크게 늘어났다. 갈수록 폭염의 빈도와 지속기간이 늘어나고 있어 이젠 매년 대비해야 하는 변수로 분류하고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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