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일주일의 휴식이 SSG 랜더스를 완전히 바꿔놨다. 선발 문제로 전반기 내내 신음했고 9위까지 추락한 SSG가 후반기 선발진의 반등을 계기로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SSG는 후반기 들어 치른 17경기에서 8승 8패 1무로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 중 7승이 선발승이었다. KT 위즈(11승 1패)에 이어 2위의 기록이다. 선발이 야구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SSG의 올 시즌 팀 ERA는 5.63으로 최하위다. 지난해 3.63으로 2위에 올랐던 것과는 180도 다른 형국이다. 특히 선발 ERA는 지난해 3.86에서 5.84로 크게 추락했다.
시즌을 앞두고 김광현이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신인 김민준도 어깨에 통증을 나타내며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두 자리나 구멍이 났다.
토종 1선발 중책을 맡은 김건우와 새로 기회를 얻은 최민준이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펼쳤지만 정작 문제는 외국인 투수였다. 미치 화이트는 4월 이후 부상으로 드러누웠고 앤서니 베니지아노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시아쿼터 투수 타케다 쇼타 또한 과거의 명성에 어긋나는 투구를 이어갔다.
선발진의 부진은 전염됐다. 5월 이후 선발진이 완전히 무너져내렸고 팀은 긴 연패를 거듭했다. 지난해 압도적이었던 불펜진 또한 무너졌다. 선발진이 힘을 쓰지 못하자 그 부담이 고스란히 불펜진에 전가됐고 연쇄 붕괴 현상을 겪었다.

지난해 투수력을 바탕으로 3위에 올랐던 팀은 선발진 나비효과로 9위까지 추락했다. 전반기 내내 선발승은 단 14승(33패), 투구 이닝도 388⅔이닝에 그쳤다. 모두 리그 꼴찌였다.
팀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단 10회에 그치며 이 부문 1위 두산 베어스(40회)와는 무려 4배 차이를 보였다. 심지어 9위 키움 히어로즈(21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후반기 완전히 달라졌다. 화이트의 부상이 장기화되며 토마스 해치를 데려왔고 베니지아노도 반등하지 못해 페드로 아빌라를 데려왔다. 6월 들어 김민준까지 합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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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빌라가 중심을 잡았다. 공격적인 투구로 첫 3경기 연속 QS를 달성했고 4경기 중 패배 없이 2승을 챙겼다. 김민준에게도 이 분위기가 전염됐다. 최근 3경기 연속 QS를 작성했는데, 팀 역사상 고졸 신인 투수가 3경기 연속 QS를 달성한 건 김민준이 최초다.
팀 합류 후 5경기 연속 부진했던 해치도 중심을 잡았다. 최근 2경기 연속 QS를 달성했는데 이숭용 감독이 원했던 그 분위기였다. 새로운 얼굴 세 명이 팀 분위기를 뒤바꿔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건우와 타케다에게도 변화가 감지됐다. 특히 극심한 부진을 거듭했던 타케다는 최근 3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3실점 이하로 막아내며 마운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반기 86경기에서 10차례에 그쳤던 QS는 후반기 17경기 만에 8회가 됐다. 이 기간 1위 기록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선발이 87⅓이닝을 소화하며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게 고무적이다.

선발이 안정을 찾자 자연스레 불펜에 부담도 줄어들며 전반적으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최정이 시즌아웃 된 상황에서도 승리를 챙기는 일이 많아졌다.
전국에 몰아친 폭염으로 인해 지난 5일부터 KBO 모든 경기가 취소됐다. 오는 11일부터 다시 리그 일정이 재개된다. 전반기를 마치고 재정비하며 강해졌던 SSG에게 다시 한 번 찾아온 휴식기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현실적으로 아무리 선발이 강력한 면모를 보이더라도 가을야구 진출은 어려운 상황이다. 승패 마진이 -21승으로, 남은 41경기에서 36승 5패, 승률 0.878을 기록해야 간신히 5할 승률을 맞추게 현재 5위 KIA 타이거즈가 승패 마진 +6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할 승률에 도달해도 가을야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보다는 보다 멀리 바라보고 있는 SSG다. 내년 시즌 김민준과 김건우 등이 제대로 안착하고 새로 합류한 아빌라와 해치가 안정적인 활약으로 재계약을 이루게 되는 게 SSG로선 최선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
이숭용 감독은 "내년에는 절대 같은 실패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민준과 김건우에 외국인 투수 2명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주고 내년 김광현까지 합류한다면 지난해 못지 않은 안정적인 선발진 구축이 가능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당장의 성적보다도 희망적인 면을 찾는 게 더 중요할 SSG의 잔여 시즌이다.
SSG는 2028시즌부터 청라돔 시대를 연다. 즉 내년엔 문학에서 치르는 마지막 시즌이 된다는 의미다. 5차례나 우승을 경험했던 의미 있는 곳이기에 화려한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라도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해야 하는 SSG다. 결코 잔여 시즌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