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18세 이하(U-18) 야구 국가대표팀의 결승 진출을 이끈 곽도현(18·부산공고)의 괴력투에는 대만전과 일본전에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곽도현은 12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 돔에서 열린 2026 아시아야구연맹(BFA) 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 슈퍼라운드 필리핀과 2차전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1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대회 5전 전승을 달린 한국은 가장 먼저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8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리는 정윤진 호는 13일 결승전에서 대만-일본전 승자와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곽도현의 투구가 압도적이었다. 1회 2사 후 줄리안 가르시아 크루즈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한 뒤 단 한 명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12타자를 연속으로 잡아냈고, 14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무려 11개를 삼진으로 만들었다. 투구 수는 단 58개였다. 곽도현은 경기 후 "태극마크를 달고 부끄럽지 않게 공을 던질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1회 빗맞은 안타와 5회를 채우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곽도현은 "퍼펙트를 노린 건 아니지만, 최대한 점수를 안 주고 안타도 맞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1회부터 갑자기 텍사스 안타가 나왔다"며 "(안)우석이가 잡을 뻔해서 더 아쉬웠다. 아이싱하면서 전광판을 봤는데 1안타만 딱 적혀 있더라"고 말했다.
동료를 탓하진 않았다. 곽도현은 "노력하다 못 잡은 거니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안 잡으려고 하다가 못 잡은 게 아니다"라며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내가 뭐라도 사주려고 한다"고 웃었다.

이어 "5회에는 한 타자만 잡고 내려가는 줄 알았는데 교체 사인이 안 나와서 '더 던질 수 있나' 내심 설렜다. 두 타자를 잡고 타임이 들어와서 '여기까지구나' 싶었다"면서도 "그래도 4이닝 이상 던졌고 (윤)예성이에게 맡기고 내려갔으니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11개의 삼진에는 남다른 감정도 담겨 있었다. 곽도현은 "나름 일본이나 대만전에 올라가고 싶었는데 아직 내 능력이 부족해서 나오지 못했다. 그래도 오늘 등판한 것에 감사하고 삼진을 많이 잡아 기쁘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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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본전에 나서지 못한 뒤 아쉬움이 컸다. 곽도현은 "대만전은 (하)현승이가 워낙 잘 막아서 못 나갈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 일본전은 나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던지지 못했다"며 "나보단 팀이 우선이니까 동료들과 함께 좋아했지만, 숙소에 들어와서는 많이 아쉬웠다.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었어도 '내가 아직 모자라는구나. 더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 감정이 필리핀전을 준비하는 동력이 됐다. 무패 행진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곽도현은 "어제(11일) 코치님께 선발이라고 들었다. 계속 이기고 있으니 분위기를 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름 잘 치는 팀이라 들어서 조금 긴장했다"라며 "학교에서 던질 때는 전날 선발 통보를 받아도 자신 있게 던졌는데, 국가대표는 실수하면 전 국민이 본다는 생각에 조금 더 긴장됐다"고 했다.
그래도 마운드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곽도현은 "과감하게 승부하는 게 내 장점이다. (엄)준상이보다 아직 부족하지만, 넘으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 난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합류는 곽도현에게 또 다른 공부가 되고 있다. 하현승(부산고), 김민훈(광주진흥고), 엄준상(덕수고) 등 또래 최고의 선수들과 생활하며 자극을 받았다. 곽도현은 "우리 팀에서 볼 수 없던 플레이를 많이 봤다. 까먹고 있던 야구를 다시 찾은 느낌"이라며 "(하)현승이는 경기를 굉장히 쉽게 풀어가고, (김)민훈이는 위기가 있어도 잘 막는다. (엄)준상이는 굉장히 파워풀하다. 선수마다 배울 점이 많다"고 전했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 때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중학교 1학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수를 맡았지만, 어깨 문제로 중학교 1·2학년 대부분을 재활로 보냈다. 중학교 3학년에는 오른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MCL) 수술까지 받았다. 고등학교 1학년도 사실상 재활로 보냈고 2학년 때 던진 이닝도 10이닝 안팎에 불과했다. 제대로 마운드에 오른 건 고교 3학년이 돼서였다.
하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기준 키 195㎝, 몸무게 100㎏의 건장한 체격을 갖춘 곽도현은 2027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준수한 제구를 바탕으로 비공식 최고 시속 152㎞, 공식 150㎞의 빠른 공과 각이 큰 슬라이더를 앞세워 지난해부터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렸다.
곽도현은 "중학교 3학년 7~8월쯤 수술했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세게 던져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몸을 어떻게 보강해야 하는지도 몰랐다"라며 "아이싱만 하면 된다 생각했는데, 병원에 갔더니 인대가 80% 정도 손상됐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열심히 해서 힘을 붙이고 부산공고에 가서 밥도 잘 먹고, 여기서 왕이 돼서 보여주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오랜 재활을 버틴 끝에 어느새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 마운드에서 11개의 삼진을 잡는 투수가 됐다. 곽도현은 '이번 대회 본인에게 몇 점을 주고 싶냐'는 물음에 "10점 만점에 7점이다. 아직 능력이 부족해서 대만전과 일본전에 나가지 못한 게 크다. 그래도 대회에서 경기 내용이 안 좋았던 건 아니기에 7점 정도 주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