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대표팀이 금메달로 향하는 마지막 길에서 불과 48시간 전 자신들을 꽁꽁 묶었던 투수를 다시 만난다. 이번에는 물러설 곳도 없다.
류지현(55)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7일 오후 6시 30분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일본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은 곽빈(27·두산 베어스)을 선발로 내세운다. 일본의 선택은 또 히구치 신(24·오지 홀딩스)이다. 히구치는 지난 25일 한국과 첫 맞대결에서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한국 타자들은 히구치가 내려간 뒤에도 일본 불펜을 공략하지 못하면서 9이닝 동안 단 한 번도 2루를 밟지 못한 채 0-5로 완패했다.
구속만 놓고 보면 압도적인 유형은 아니었다. 최고 시속 140㎞대 중반의 직구에 커브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섞었지만, 스트라이크존을 두려워하지 않는 피칭에 한국 타자들은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히구치는 25일 일본 야구대표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타자들은 스윙하는 힘이 있다고 들었지만, 팀에서도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승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공유했다. 포수를 믿고 미트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승부에 한국 타자들은 오히려 타이밍을 빼앗겼다. 병살타만 3개를 기록했고, 제대로 된 득점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마치고 일본프로야구(NPB) 신인드래프트 참가가 유력한 히구치에는 최고의 쇼케이스 무대였다.

히구치는 지난 21일 중국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6이닝 6피안타 10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를 이끈 뒤 한국전에서도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두 경기에서 13이닝을 던져 단 1점만 내줬다. 다만 휴식일이 변수다. 일본은 한국전에서 7이닝 동안 92구를 던진 히구치를 26일 하루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내보냈다. 결승에서도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를 밀어붙이겠다는 일본의 초강수다.
반대로 한국은 충분히 쉰 에이스를 준비했다. 곽빈은 지난 21일 대만과 조별리그 1차전 이후 정확히 6일 만에 다시 등판한다. 당시 6이닝 동안 안타를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고 10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압도적인 투구로 5-0 승리를 이끌었다. 출루는 볼넷 2개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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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BO 리그에서도 곽빈은 최고의 투수 중 하나였다. 정규시즌 26경기에서 155이닝을 던지며 11승 7패, 평균자책점 2.26을 기록했다. 186탈삼진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평균자책점도 가장 낮다. 최고 구속은 시속 160.3㎞까지 찍었다.
완벽하게 휴식을 취한 KBO 최고 에이스와 이틀 전 한국 타선을 지운 뒤 하루만 쉬고 다시 나오는 일본 사회인야구 최고 좌완의 맞대결이다.
역사도 걸려 있다. 한국은 2010 광저우를 시작으로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까지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이번에도 우승하면 사상 첫 5연패를 달성한다.
일본에는 32년의 기다림이 걸려 있다. 일본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마지막으로 금메달을 따낸 것은 자국에서 열린 1994 히로시마 대회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별리그부터 슈퍼라운드까지 5전 전승을 달리며 32년 만의 우승에 단 한 경기만을 남겨뒀다.
6일을 쉰 곽빈이 일본 타선을 막아내는 동안 타선이 하루 쉰 히구치를 얼마나 빨리 끌어내리느냐에 아시안게임 5연패의 운명이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