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현대차와 배꼽티

[광화문]현대차와 배꼽티

박종인 기자
2002.04.15 13:22

[광화문]현대차와 배꼽티

 최근 뜨고 있는 영화 `집으로…'를 보면서 오랜만에 눈물을 쏟았다. 눈물은 약 25년전에 완료된 `외할머니'를 현재화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옆자리의 40대 부부는 아예 펑펑 울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만든 영화 한 편을 봤을 뿐 이정향 감독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그러나 그녀가 `굉장한 장사꾼 기질'을 갖고 있다는 것은 눈치챌 수 있었다.

 마법을 현실로 끌어들인 해리 포터의 조앤 롤링도, 죽은 부자 임상옥을 멋지게 되살려 큰 돈을 번 최인호도 그렇다. 이들을 '탁월한 장사꾼'으로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 동시대인의 마음을 멋지게 훔쳐냈기 때문이다.

 이정향이 찾아낸 `이땅의 외할머니`와 조앤 롤링의 `이웃집에 사는 꼬마 마법사', 최인호의 `욕심없는 부자'등은 모두 히트상품이다. 그런데 이들 상품은 모두 우리들 마음속에 잠재해 있었으나 까맣게 모르고 지나쳤던 것이 아닐까. 예컨대 이정향 등이 눈에 보이는 상품으로 내놓고 나서야 비로소 `아, 그래 바로 이거야'하고 무릎을 쳤던, 그래서 강한 흡인력으로 우리의 마음을 빼앗아 간 상품.

 장사꾼의 첫번째 경쟁력은 소비자의 속마음을 읽는 힘이다. 소수의 소비자가 아니라 동시대 모두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그러나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그 '잠재상품'(이를 `시대정신'이란 말로 치장할 수도 있다)을 확 움켜잡는 힘. 그것만 잡아낸다면 다음 단계는 오히려 쉽다.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쪽으로 한발 먼저 다가서면 된다.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와 `앞선 공급자'의 감각이 만나면 `대박'이 터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동시대인의 마음을 훔치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가. 그럼 차선책은 무엇일까.

참고로 미니스커트와 배꼽티에 대한 얘기를 하나 해보자.  미니스커트는 원래 결혼하지 않은 `미스'의 전유물이다. 그런데 결혼후 몸매관리에 성공한 30대 아줌마 `미시족'이 하나둘씩 미니스커트를 입어내는 바람에 미스와 미시의 구분이 애매해졌다.

그러던중 한 미스가 아이디어를 냈다.

"이건 따라오기 힘들걸."

그 결과 나온 게 바로 배꼽을 훤히 드러내는 배꼽티. 결혼후 출산경험이 있는 아줌마는 제 아무리 몸매관리를 잘해도 미스의 배꼽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 배꼽티로 해서 20대 여성은 30대와 차별화하는데 성공했다. 배꼽티는 20대 여성들의 확실한 경쟁력 상품인 것이다.

 GM의 대우차 인수가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2~3년후 현대차는 국내시장에서 GM과 어떤 경쟁을 하고 있을까. GM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까. GM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GM 승용차를 기다리는 소비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현대차의 앞날을 걱정하는 건 현대차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간판이기 때문이다. 세계 제1의 GM과 국내 제1의 현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작지만 이겨내는 지혜를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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