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케인스의 몰락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케인즈는 구시대의 인물로 버림받는 대신 자유시장 신봉자인 하이에크가 시대 정신의 구현자로 복권되고 있다. 미국의 유일한 공영 방송인 PBS TV는 최근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역사와 실태를 다룬 3부작 다큐멘터리를 통해 정부 주도 경제 계획의 주창자였던 케인즈의 시대는 종식되었으며 케인즈 경제학이 풍미했던 20세기에 변방으로 밀려나 있던 하이에크의 담론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당위로 자리잡았다. 특히 냉전 종식 이후 자본주의 경제질서는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후견에 힘입어 더욱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반글로벌 진영의 대표적 기구인 옥스팜도 "국제 무역은 세계의 가난을 없애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오히려 선진국들이 불공정 무역행위를 통해 국제사회의 부의 증진을 가로막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제프릭 삭스는 "현재의 빈부격차는 역사상 유례가 없었다"며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불균형이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초래한 결과라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제대로 추구할 때 현재의 부작용도 치유될 수 있다는 논리가 좀 더 설득력을 지닌다.
PBS 방송은 시장 경제와 무역 개방은 번영을 위한 필수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며 사회의 시스템과 작동방식이 걸맞게 구비되지 않는다면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약속하는 번영은 한순간에 깨어지는 유리구슬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예로 한국을 들었다. 고도성장의 꿀맛을 즐기던 한국은 글로벌라이제이션에 합당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에 97년의 외환위기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후 5년, 한 정권의 집권기간이 끝나간다. 현재 우리의 글로벌라이제이션 지수는 어떠한가. 이같은 지적을 이제는 모면할 수 있을 정도가 됐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