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Against The Dead Hand"
[서평]
Against The Dead Hand
Brink Lindsey
Wiley 2002
싫든 좋든 우리는 지금 글로벌화한 지구촌 경제 시대에 살고 있다.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지구촌 번영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믿음의 반대편에는 글로벌라이제이션으로 빈부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노동시장은 불안정해지며 투기 자본이 극성을 부린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저자는 이 같은 단순 이분법을 거부한다. 먼저 친글로벌주의자이든 반글로벌주의자이든 잘못된 전제 위에 놓여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불충분하기 짝이 없으며 아직 제대로 된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운위하기에는 걸림돌과 장벽이 너무 두텁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세가지 차원의 복합물로 개념하고 있다. 첫째, 국경을 뛰어넘는 시장 통합적인 경제적 현상, 둘째, 상품과 서비스, 자금의 흐름에 대한 정부 통제의 약화, 셋째, 시장지향적인 정책의 광범위한 확산 등이다. 이 같은 정의에 따르면 현재 세계 경제는 산업혁명 이후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경험했던 제1차 글로벌라이제이션 이후 두번째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의 유혹, 정부 통제하에 놓인 금융, 무법과 정부의 실패로 점철된 사회 시스템 등으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끊임없는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고 저자는 파악한다. 저자는 이처럼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위협하는 요인을 '죽음의 손'(The Dead Hand)라고 지칭하고 있다. 시장 경제의 이론적인 틀을 만들었던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대한 댓구이기도 하다.
저자는 제1차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왜 무위로 돌아가고 결국 세계대전으로 귀결되었는가를 분석하여 새로운 역사 해석의 준거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1차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실패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중앙 통제'에 대한 잘못된 확신 때문으로 단정한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적 진보와 과학적 성과에 힘입어 '사회공학'이 가능하며 경제도 공학적인 통제의 기제로 다룰 수 있다는 환상이 신흥 테크노크라트의 의식을 지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중앙 통제 발상은 영국의 복지국가, 독일의 국가 사회주의의 개념을 낳았고 이것이 보호무역주의와 섞이면서 민족주의, 제국주의, 군국주의 등의 변종이 나타났으며 결국에는 1차 세계대전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같은 '중앙 통제'에 대한 환상-책에서는 '반(反)산업혁명'(Industrial Counterrevolution)이라 규정함-은 1차 대전이 끝난 후에도 종식되지 않아 전체주의와 대공황을 부르고 또다시 2차 세계대전으로 돌입하게 되는 근인(根因)이 되었다고 파악한다.
저자는 통제와 계획에 대한 끈질긴 집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 2차 대전 후 제3세계 신생독립국은 소련의 중앙집권식 경제모델을 채택했고 남미는 '종속이론'을 통해 무역보다는 수입대체 산업에 열을 올렸으나 결국 시장경제의 활력을 죽이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한다. 다만 일본을 필두로 한 아시아 국가들은 비록 엘리트 관료가 장악한 정부 주도 경제였지만 과감한 수출지향 정책 덕분에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며 '아시아의 기적'을 이루었다고 파악한다. 그러나 이러한 '아시아 모델'은 일본의 실패와 97년 아시아 외환위기에서 보듯 통제와 계획의 사슬을 끊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그 한계에 다다랐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독자들의 PICK!
저자는 자유무역과 시장경쟁을 축으로 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민주주의를 촉진하고 번영을 가져온다는데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경쟁이 중앙 계획보다 우월한 결정적인 이유는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에 있다고 본다. 경쟁은 그 자체의 속성 때문에 생존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유시장의 룰에서 다루어지면 번영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을 가로막고 있는 '죽음의 손'의 예를 여기저기서 든다. 정부 통제하에 재벌의 사금고 노릇을 하는 한국의 은행, 일할 생각은 않고 돈타기만 급급하는 러시아 국영기업체의 '좀비'들, 비리 혐의로 기소된 업체의 실태 조사를 벌이는 컨설턴터를 버젓이 대낮에 죽여버리는 무법천지의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안착을 위협하는 요인들은 도처에 늘려 있다고 지적한다.
경쟁의 찬미, 중앙 통제의 제거, 전면적인 개방 경제를 주장하고 있는 이 책은 어쩌면 지독한 아메리카니즘의 발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혐의를 두기에 앞서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시대적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다. 이 책의 곳곳에는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에 걸맞지 않은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부끄러운 모습이 등장한다.
[Author said]
"반글로벌 진영에서는 현재의 세계적 불균형과 불안정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정반대다. 지구촌의 불안은 오히려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불충분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개방경제와 시장경쟁의 원칙을 얘기하면 의례 '시장 근본주의자'(market fundamentalist)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시장 근본주의자란 허수아비다. 시장근본주의가 지구상에 실현된 적은 없다. 과도한 개입과 불법이 여태껏 시장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Readers said]
"풍부하고 생생한 정보와 도전적인 문제제기를 던지고 있는 이 책은 자유시장을 향한 험난한 여정을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자유시장의 정착을 가로막았던 '죽음의 손'의 실체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자유를 믿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한다" -조지 슐츠, 전 미 국무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