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드규제..엉뚱한 수혜자

[기자수첩]카드규제..엉뚱한 수혜자

유승호 기자
2002.04.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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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빵집에선 우유를 빵보다 더 팔지마라. 우유 파는 것은 빵집의 부대사업이다"

보건복지부가 이런 규제를 했다면 화제거리가 됐을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위원회가 비슷한 규제를 발표했다. 신용카드사들에게 현금서비스를 총매출의 절반미만으로 줄이라고 했다.

금감위가 이 조치를 한 것은 지난해 현금서비스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157조원(카드론 포함)에서 지난해 237조원(전체 매출의 63%)으로 무려 80조원이나 늘었다. 이러다 보니 A카드사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B카드사 현금서비스 대금을 지불하는 '돌려막기족'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문제는 '빵집의 우유 판매를 억제하면 우유를 덜 마실 것'이란 발상이다. 카드 현금서비스가 연 20%대로 수수료가 비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편리하기 짝이 없다. 가령 300만원을 일주일 동안 은행에서 빌려쓰려면 얼마나 번거로운가. 재직증명서(소득증명서), 연대보증인 등등. 친구나 친척, 직장 동료에게 아쉬운 소리하지 않아도 된다. 현금서비스는 사금융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금서비스가 급증하는 것은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한다.

엄연히 현금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는데 힘으로 억제하면 엉뚱한 수혜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일본계의 한 대금업체가 연 97% 고리대 장사로 지난해에만 4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얻었다. 이 업체는 조달금리를 낮추기 위해 금감원에 회사채 발행을 문의했다. 연 9%대로 자금을 조달해 10배 장사를 하겠다는 계산이다. 대금업계 한 관계자는 "'연 80~90% 고금리로 누가 돈을 빌려쓰겠느냐. 신용불량자나 빌려쓰지'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300만원 일주일 빌려쓰는데 5만원 이자(월7%, 연 84%)낼 사람 많다"고 말한다.

금감위는 빵집의 우유 판매를 억제하면 옆집 슈퍼마켓 주인이 웃든지, 우유 좌판대가 생겨나게된다는 점을 간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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