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뢰는 경쟁력

[기고] 신뢰는 경쟁력

박의경
2002.04.27 11:42

[기고] 신뢰는 경쟁력

[편집자주] 성균관대 연구교수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Trust)>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21세기의 국가 경쟁력 척도를 사회적 신뢰도로 봤다. 20세기에서 산업화의 정도나 속도로 국가 발전을 평가했으나 이제는 사회가 산업화만으로 발전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러 21세기는 개인적 신뢰도가 아닌 사회적 신뢰도가 높은 사회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21세기에서의 발전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쪽에 속한다. 사회적 신뢰도가 그만큼 낮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문제되는 사건을 보자. 언제나 처음에는 '절대로 아니다'라는 강한 부정이 있다. 그러나 곧 말이 바뀌는 상황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 우리사회에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믿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경제는 경제대로 물건의 진위여부를 가리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등에서는 물건의 정량, 품질이 표시대로 돼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권장소비자 가격제가 없어진 이유는 또 어디에 있을까. 물건의 진위를 박스에 쓰인대로 믿을 수 없고 사실대로 가격을 쓰는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근본에 깔려있다. 생산과 개발에 투자되어야 할 국가의 비용이 새나가는 현장이다.

정치는 또 어떠가. 여러 가지 민생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국회는 다른 논쟁으로 소모전을 계속하고 있다. 4대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둔 현재,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채 자동 폐회되고 말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회의 과소비는 호화판 가구나 옷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작게는 주택 구입시 등록세, 취득세부터 크게는 기업의 세금까지 정식 세율대로 낸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천만원의 세금을 원천징수액을 낮추어 5백만원으로 깍아줄테니 1백만원만 달라고 하면 과연 이를 거절할 수 있는 강심장(?)이 얼마나 있느냐는 말이다. 국가 운영자금원인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 국가는 결국 특별세 항목을 간접세로 설치하여 모두로부터 반강제로 징수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불신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지출하는 비용은 이외에도 허다하게 많다. 상대를 믿지 못함으로 인하여 그 뒷조사를 해야하는 비용 말이다. 은행에 가면 우선적으로 뽑는 '순번 대기표'가 바로 우리 사회가 갖는 불신의 상징이 아닐까. 그 '순번 대기표'를 뱉아내는 기계를 전국 은행의 지점에 설치하려면 돈이 얼마나 소요되는가를 생각해 보자.

국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면 사적인 관계설정에 더욱더 매달리게 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국가의 여러 가지 진보정책에도 불구하고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뢰는 곧 경쟁력이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것을 형성할 수가 있는 것이 바로 신뢰의 힘인 것이다. 신뢰에 기반한 신용사회가 구축된다면,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과소비 구조도 전체적으로 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움직여야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잊지말자.<www.issuetoday.com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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