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긴축`할 때 아니다

[기고]`긴축`할 때 아니다

박동철
2002.04.29 16:07

[기고]`긴축`할 때 아니다

[편집자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올해 우리 경제의 실질성장률을 경쟁적으로 상향조정하고 있다. 지난 해 말까지만 해도 3% 내외로 전망되던 것이 최근에는 최소한 5%대로 올라왔고, 한국개발연구원이나 OECD 등에서는 6% 이상의 성장률까지도 달성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5% 내외라고 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과 비슷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이 된다는 말이다.

전망치야 어차피 틀릴 수밖에 없지만, 경기가 회복세인 것은 틀림없다. 경기회복의 초기 국면에서 나타나는 각종 불균등성, 예를 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 등이 없지 않지만 점차 회복세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계속 감소했던 수출 증가율도 4월 들어 플러스(+)로 반전될 것 같고, 설비투자 또한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기조가 서둘러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기 확장기에 나타나는 부분적인 과열 기미를 확대 해석하여, 경제 전체의 과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책당국은 이미 상반기의 재정 조기집행 방침을 철회, 중립적 재정정책으로 방향을 잡았다. 남은 것은 금융완화정책의 수정 여부다. 콜금리를 언제 얼마만큼 인상할 것인가 등의 문제다.

정책 당국은 현실 상황에 맞게 정책 기조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 회복세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쉽사리 정책 기조를 변경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들이 있다.

우선 민간 소비의 증대가 지속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가계 부채부담이 커졌고, 특소세 인하 등 제도적 지원 장치도 한시적이기 때문이다. 수출도 크게 늘어날 것 같지 않다.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 한 수출 증대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설비투자가 완전히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는 오히려 줄어들 전망이다. 산업은행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01년에 비해 2.0% 정도 줄어들 전망이라 한다.

지금은 경기 과열 국면이 아니라 회복의 초기 단계다. 또 향후 민간소비나 설비투자, 수출 등 어느 것도 경기 회복을 주도할 추진력이 미약하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정책당국의 정책 기조 변경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경기확장의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부분적인 경기과열 현상을 지나치게 우려하거나 향후 경기 전망을 과도하게 낙관하여, 재정 및 금융 긴축 정책으로 선회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되지도 않고 총수요 압력이 그리 크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편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경기부양에서 중립으로 선회하더라도, 정책당국은 다음과 같은 정책적 노력을 더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콜금리의 인상 시기나 정도보다 더 중요한 과제다. 첫째, 수요 측면에서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자가 확대되지 않고서는 경기 회복세가 단명에 그칠 수밖에 없고,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둘째, 공급 측면에서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도록 노동력의 질을 제고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

거시 경제 정책의 유연성과 일관성을 어떻게 적절히 유지하느냐, 이것이 지금 정책당국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