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하이닉스와 정부책임

정부 경제팀이 하이닉스반도체 때문에 바쁘다. 엄청 골치도 아플 것이다.
하이닉스를 미 마이크론사에 매각하기 위한 30일의 최종결정 시한까지 이틀을 남겨놓고 있다. 주로 금융감독위원회가 앞에 나서서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은행과 투신사 등 하이닉스의 채권 금융회사들이 115개나 돼 매각문제에 관해 의견일치를 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일정하게 주도하는 것은 마땅히 할만한, 또 해야 되는 일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분명한 선이 있어야 한다. 지나치면 그냥 매각이 아니라 강제매각이 돼 버린다. 억지춘향 식의 결혼이 되는 것이다. 하이닉스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은 각자 자기회사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매각을 판단할 것이고, 이는 당연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식으로 팔 경우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면 정부가 억지로 강제할 권리가 있을까. 없다. 지금과 같은 매각구조로는 정부의 힘으로 매각이 성사돼도 손실은 각 금융회사들이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각을 강제하려면 정부가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가령 15억달러를 채권은행들이 새로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다. 채권은행들은 당초 이러한 추가지원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다. 당장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나중에 떼이면 은행장 등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15억달러의 신규지원을 밀어부치려면 정부가 일정하게 지급보증을 해야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행들은 자금지원을 하긴 하겠지만 정부가 일정 부분 보증을 해달라는 안을 마련했었다. 정부의 직접보증이 어려울 것이므로 산업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 등이 보증을 해달라는 방안이었다.
그런데 해당 채권은행들이 워낙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처지여서 흐지부지돼 버리고 말았다. 정부와 시장간의 관계에서 힘의 우위가 절대적으로 정부에 있는 탓이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추가적인 하이닉스의 짐을 몽땅 채권 금융회사더러 지라는 건 정부가 말로만 생색을 내는 셈이다.
투신권의 경우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사장들을 직접 만나 매각에 찬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모임이 끝난 후 일이 잘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투신권 내부에서는 속으로 끓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 위원장으로서도 오죽 매각이 절박했으면 그런 식으로 나섰겠느냐 싶고, 그렇다고 투신권으로서도 무조건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투신권은 이런 식으로 매각할 경우 채권회수율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밝히고 있는데 적어도 청산가치 정도로는 회수율을 보장해줘야 합리적일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에 팔리지 않을 경우 앞날이 막막하다는 사실이다. 하이닉스의 미래가 막막하고 우리경제의 앞날도 도무지 만만치 않다. 하이닉스 리스크가 현대 리스크로 변모하고 현대 리스크가 국가신용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을 탓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실질적인 책임을 분담하지 않으려 함을 문제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