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굴 위한 매각인가

한국 경제 전체를 세계 언론의 도마에 올려놓았던 하이닉스 매각 여부가 최후의 결전장으로 치닫고 있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에 더 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채권단이 협상안을 받아들이냐 마느냐는 선택만 남아 있을 뿐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양사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두고 마이크론이 협상과 인수합병으로 기업을 키워왔던 전력을 이번에도 십분 발휘, `굿 딜(Good deal)`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굿 딜'은 문맥상 "아주 싼 값에 샀다"는 소리에 다름 아니었다. 국내 여론이 좋을 리 없었다. 급기야 하이닉스반도체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하이닉스가 매각될 경우 전 사원이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하이닉스의 매각 조건이 너무도 기대에 못미쳐 한국에는 분노의 물결이 출렁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저명 경제연구소인 국제경제연구소(IIE)는 최근 케임브리지 대의 콘퍼런스에서 한국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각 부문의 개혁을 추진했으나 정권 말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개혁의 추진력을 급격히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대우자동차를 꼽았다. 대우자동차는 99년 GM에 매각 기회를 잃고 헐값이 되어버렸으며 정부는 대우자동차 직원 5만명의 고용 유지를 위해 1인당 8만 달러의 돈을 꾸어주었다는 것이다.
이제 하이닉스를 억울하더라도 싼 값에 팔아넘기는 것이 애국인가, 생존 가능성을 장담하지 못하지만 제 갈길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애국인가. 어쩌면 기업의 매각여부를 애국심과 연결시키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걸맞지 않는 논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팔자고 하는 쪽이 매국노 소리를 듣기 십상이지만 올 초까지만 해도 하이닉스가 못 팔린다는 소식만 전해져도 하이닉스 주가는 폭락했다.
누굴 위한 매각인지 시간만이 답을 알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