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장)[기자수첩]웃음거리된 투신권
하이닉스 매각 양해각서(MOU)의 채권단 통과-이사회 부결의 우여곡절 속에 투신권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채권단 회의에서 양해각서 통과 결사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기까지 정부 당국으로 받은 유무형의 협박은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가장 투신권을 괴롭힌 것은 언제든 정부 당국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처지를 다시한번 고객들에게 확인시켰다는 점이다.
투신권은 양해각서의 내용이 그대로 통과되면 대우사태 이후 힘들게 쌓아왔던 고객 신뢰가 무너질 뿐만 아니라 경영정상화도 힘들어진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부 투신사는 이번에는 뭔가 보여주겠다며 결사 항전까지 불사할 태세였다.
하지만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은 크게 긴장했고, 투신권의 태도를 돌려놓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결국 지난달 29일 전체 채권단 회의에서 공적자금을 받은 일부 투신사가 막판에 슬그머니 동의하면서 MOU안은 77%대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몇분만에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바꾼 것이다. 투신사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받은 회사로 정부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변명했다.
바로 다음날인 30일 하이닉스 이사회에서 MOU안이 최종 부결되자 투신권은 환영의 목소리를 높였다. 외견상으로 보자면 찬성해 놓고 부결되자 박수치는 우스꽝스러운 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0년에도 투신권은 꼭같은 경험을 했다. 당시 투신권은 정부가 보증한 대우 담보CP에 대해 100% 전액상환을 요구하며 치열하게 금융당국에 대응했지만 1달만에 기존의 주장을 접고 정부안에 따라 매각동의서를 제출했다.
목적달성을 위해 거칠게 압박을 가한 정부당국과 원칙없이 흔들리는 투신권은 함께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런 투신사에 어떻게 안심하고 돈을 맡기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