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만약에 몇년뒤에...

[광화문]만약에 몇년뒤에...

박종인 기자
2002.05.06 13:13

[광화문]만약에 몇년뒤에...

몇 가지 조치를 취하자 사회는 급속히 안정됐다.

무엇보다 대통령 조건을 대폭 강화해 `아들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은 게 주효했다. 1990년대말과 2000년대 초반 국민들을 괴롭혔던 소위 `권력형 비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 물론 아직 완전히 근절된 것은 아니다. 딸과 사위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대통령이 되려면 자식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가 대통령 후보의 자질이 떨어져 그나마 `무자식'을 `아들'로 고친 게 불과 몇 년전이니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는 현 대통령의 숨겨둔 아들에 대한 의혹이다. `대통령후보로 나서기 직전 아들을 외국으로 빼돌린 뒤 거짓 사망신고를 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온 국민이 죽은줄 안심하고 있던 대통령 아들이 멀쩡히 살아서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은 가뭄에 단비 만났듯 청문회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고 시민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대통령 조건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시민단체가 `10세전에 생식기능이 제거된 사람들에만 대통령 후보 자격을 주자'는 다소 과격한 의견을 내놓았는데, 흥미로운 건 호응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제안이 현실화될 경우 `자식의 앞날'을 위해 어린 자녀의 생식기능을 제거하는 극성 어머니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신용카드 회사의 설립을 완전 자유화한 조치는 범죄예방에 크게 기여했다.

신용카드 빚에 쪼들리던 두 젊은이(이들은 골프장에서 일하면서 `값싼 부자'들에 반감을 키워왔다)가 이틀간 6명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뒤 취해진 조치다. 기존 카드사를 모두 국유화하자는 보수파도 있었으나 자유론자들이 승리했다.

`신용카드업이 돈된다'는 말에 경향 각지에 1000여개의 신용카드사가 신설됐다. 대한민국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은 죄다 카드사를 차린 것이다. 음식점과 술집 현관문에는 카드 가맹점임을 알리는 수백장의 스티커가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지갑에 신용카드를 넣고 다니면 `촌놈' 소리를 들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각 카드사들이 알아서 새로 나온 신용카드를 우편이나 택배로 보내준다. 초등학교 3~4학년만 되면 자기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가 최소한 200~300장은 됐다. `주머니에 딱 한장'이란 광고카피는 사라졌다.

쇼핑을 나가려면 신용카드 전용 손가방을 들고 나가야 했다. 이제 신용카드는 더이상 신용을 담보로 한 화폐가 아니다. `신용'이란 기능을 상실한 단순한 `카드'로 전락한 것이다. 아이들은 신용카드로 딱지놀이를 한다. 장난감이 돼 버린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신용카드가 딱지로 전락하자 `신용'으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가 씻은듯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가장 효과를 본 조치는 총기사용을 허용한 것이다.

평범하고 건강한 우리의 이웃들이 허리에 총을 차고 나서자 아무도 이들을 깔보지 못했다. 수십년간 힘없고 가난한 자들을 무시해온 숱한 `사이비 지도층'이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비로소 도시에 선과 악의 구분이 뚜렷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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