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미래 CEO들의 편지

[CEO칼럼]미래 CEO들의 편지

박종수
2002.05.08 16:19

[CEO칼럼]미래 CEO들의 편지

[편집자주] 박종수 대우증권 사장

작년 이맘때쯤 대우증권은 전사적인 변화관리를 시작한 바 있다. 변화관리는 고객과 주주를 위해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 구성원의 사고방식 모두를 혁신적으로 바꾸어보자는 실천운동이며, 재도약의 기틀을 만들어 보자는 대우증권인의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당시 160여명의 부점장들은 10년 후에 CEO가 된다고 가정하고 사장의 입장에서 대우증권의 변화관리에 대해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작성한 바 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필자는 이 서한을 다시 펼쳐보았다. 이 편지에서 미래의 사장들이 직원들에게 전하는 핵심적인 사항은 첫째, 나부터 변하자 둘째, 우리의 모든 사고와 행동을 고객중심으로 바꾸자 셋째, 창조적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혁신적이고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자 넷째, 기본으로 돌아가자 라는 것이었다.

얼핏보면 늘 듣던 얘기 같지만, 우리 모두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대목들이다. 외환위기라는 것도 실상 따지고 보면 고객중심의 경영원칙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기업의 생존이 주주와 고객의 이익보호에 달렸다는 극히 당연한 명제를 망각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불투명한 회계관행, 기업의 소극적이고 왜곡된 정보공개, 권위적 경영관행 등 기업을 고객과 주주의 것이 아니라 소수 경영자의 사유물인 양 제멋대로 운영해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제 이런 관행들이 많은 부분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올바른 경영원칙들이 자리잡기 무섭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 바로 국제경쟁력이란 것이다. 특히, 금융업에 있어 국제경쟁력이란 명제의 대두는 국가간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현실에서 금융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분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진 셈이며, 이는 결국 대형화 겸업화 전문화의 길을 가게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고객중심적인 사고가 우리 금융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어 가는 데 있어 하나의 원칙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 덧붙인다면 혁신적이고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증권업의 경우 주식거래 규모가 세계 10위 수준에 이르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불공정거래의 망령과 투자자의 신뢰 저하는 증권업의 질적 성장을 방해하는 독소가 되고 있다.

결국 증권시장의 투명성과 신뢰회복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도 고객 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이 결여되어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오랜 전통과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 선진금융기관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가 바로 철저한 고객 중심적 사고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중심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기저에는 창조적 기업문화가 바탕이 돼야한다. 업무에 있어서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효율화를 꾀하며 잘못된 관행들을 제거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창조적인 기업문화는 가능할 것이며, 모든 조직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서만이 괄목할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CEO들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다른 두 가지 항목이 더 있었다. 하나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인 관행으로 빠른 결과만을 추구하지 말고 돌아가더라도 철저하게 원칙과 기본을 지켜나가자는 것이다. 돌아보면 고객중심의 사고와 행동 그리고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도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한 마디로 축약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한 것이 '나부터 변하자'이다. 내가 변하고 우리가 변하는 것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일 것이기 때문이다. 1년 전 미래 CEO들의 편지가 아직도 필자의 귓전에 맴돌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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