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현대車의 소탐대실

[광화문]현대車의 소탐대실

홍선근 기자
2002.05.13 12:48

[광화문]현대車의 소탐대실

현대자동차가 ㈜위아(옛 기아중공업)를 인수한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몇년전 극도로 어려웠던 시절 포기했던 계열사를 형편이 호전된 상황에서 되찾는 것이니까. 계열사를 자식쯤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계열사를 포기하고 되찾는 과정, 특히 되살 때의 가격을 고려하면 문제투성이다.

위아를 특수관계의 한국프렌지에 넘긴 것부터가 삼촌에게 자식을 맡기고 ‘자식이 없다’고 주장한 것과 다를바 없다. 그리고 2년 뒤 현대 고급차 에쿠스 리무진의 10대값도 안되는 불과 7억원에 재매입했다. 위아는 구조조정과 자동차경기 호전 등을 토대로 실속있는 기업으로 변모해 있었고 이 때문에 기업가치가 최소한 수백억원으로 평가될 수도 있는 상태였다. 이런맥락에서 현대차가 엄청난 이익을 챙긴 위아 인수는 의심쩍은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이것은 단순한 사적 거래가 아니다. 위아가 화의업체이기 때문이다. 화의업체는 특성상 공적 자금과 무관하지 않다. 채무조정과정에서 크고 작은 혜택을 받게 되고 그것은 결국 국민이 낸 세금과 간접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나는 현대차의 소탐대실을 우려한다. 당장은 위아의 헐값 인수가 현대차에 적지 않은 이익을 안겨다 준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작은 것을 탐내다가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하는 게 아닐까 염려된다. 현대차는 물론 잘 나가고 있다. 5860억원이라는 올 1/4분기 순이익은 세계적 기업으로의 도약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시장에서 대결전을 눈앞에 둔 상태다. 대우차를 인수한 GM의 대공략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에게 국내시장은 모태와도 같은 역할을 해왔다. 안방시장에서 피흘리지 않고 손쉽게 석권한 이점이 현대차에게 힘이 돼 해외에서도 선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안방시장과 해외시장이 서로 선순환을 주고받았다.

그런 안방시장을 공략당하고 나면 세계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좁아든다. 좁아든 해외시장은 거꾸로 안방시장의 유지를 더욱 힘들게 만들어 참담한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경쟁력은 사라지고 확장한 사업규모만이 뼈대처럼 남는다. 얼마전부터 시작된 안방시장에서의 삼성르노 분전, 뉴그랜저 XG 뒷면의 세련되지 못한 디자인에 대한 평판 등 현대차로서는 조금도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언제나 고객은 외면할 수 있고 현대차는 흔들릴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브랜드 이미지이다. 현대차의 위아 헐값 인수 시비가 바로 브랜드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현대차가 대격전을 앞두고 이번 일로 소탐대실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위아 인수의 편법 등은 금감위나 공정위 국세청 등 당국이 마무리해야 할 중대사안이다. 임기말이라고 흐지부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국조치와는 별도로, 경쟁력의 중요한 한축인 고객과의 친화적 관계에 금이 가는 행위를 이 중요한 시기에 감행한 것은 몹시도 뼈아픈 실책으로 남을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