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의 오락가락 `원칙`

[기자수첩] 금감원의 오락가락 `원칙`

강기택 기자
2002.05.15 14:11

[기자수첩] 금감원의 오락가락 `원칙`

"약정금리를 지급할 경우 감독당국의 제재와 우대금리를 지급키로 한 정기예금에 아직 가입하지 않은 고객과의 형평성 등이 걸리고 지급하지 않을 경우 몇천건의 민사소송이 우려된다"

하이닉스 채권이 편입된 신탁상품과 관련해 손실 보전차원에서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고객들에게 우대금리를 주기로 했던 외환은행이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외환은행이 지금 겪고있는 어려움은 기본적으로 실적배당이라는 신탁상품 본연의 `원칙'을 충실히 지키지 못한 결과로 자업자득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오락가락했다는 점에서는 적어도 이번 일에 관한한 외환은행보다는 금감원이 더 심했던 것 같다.

하이닉스 채권 편입 신탁상품 가입자들에 대한 손실보전 차원에서 정기예금 금리를 우대해 주기로 결정하기에 앞서 외환은행은 금감원에 구두로 태핑을 했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이 외환은행에 준 사인은 오케이였다. 뿐만 아니라 외환은행이 손실보전 차원에서 금리우대를 해 주기로 했다는 언론보도가 처음 나갔을 때도 금감원은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외환은행의 신탁 손실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일부 언론에서 외환은행의 손실 보전 문제를 정식 제기하면서부터였고문제를 제기한 주체도 금감원이 아닌 금감위였다.

오락가락하기는 이근영 금감원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손실보전 상품판매 중지 결정 하루 전 이근영 금감원장은 “(손실보전 차원에서) 예금 금리를 1% 정도 올려주는 것은 고객유치나 경영전략상 있을 수 있지만 9%로 올려 은행계정의 이익을 감소시킨 것은 감독규정을 우회한 탈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신탁상품에 대한 손실보전 불가 원칙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고객이탈 방지를 위해 신탁상품 본연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외환은행도 잘못이지만 여론의 눈치나 살피며 일관성없이 오락가락한 금감원이나 이금감원장의 발언 역시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감독당국은 과연 알고 있는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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