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오늘의 운세

[광화문] 오늘의 운세

박종인 기자
2002.05.16 12:52

[광화문] 오늘의 운세

신문이 모두 비슷비슷하고 똑 같은 얘기만 다룬다고 불평하는 독자들이 많다.

오죽하면 `쓰는 사람 마다 각기 다르려니'하고 무심코 넘겼던 신문 칼럼에 대해서조차 `획일적'이란 비판이 제기됐을까. (소설가 이호철씨는 중앙일보 5월15일자 시론 `칼럼문화 바꾸자'에서 `신문마다 매일매일 면수나 원고 분량까지 거의 획일적이다시피 쏟아내고 있는…'이라며 `붕어빵 칼럼'을 비판하고 있다. 신문에 글 써서 밥벌어 먹는 나는 이호철씨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론 "앞으로 먹고살기 더 힘들겠구나"하고 걱정한다.)

그러나 신문이 비슷비슷하고 획일적이란 비판이 다 맞는 건 아니다. 유심히 들여다 보면 똑같은 사안에 대해 각 신문마다 그 `논조'가 확연히 다른 난이 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오늘의 운세'다.

예를 들어보자. (다른 사람의 운세로 사례로 드는 것은 실례인 만큼 나와 내 집사람의 운세를 예로 든다. 나는 61년생 소띠, 집사람은 67년생 양띠다)

먼저 각 신문이 전하고 있는 `소띠 61년생'의 5월15일 운세를 보자.(신문 순서는 가나다순)

▲경향신문〓때와 장소를 가리는 지혜가 필요하다.(소띠 공통)...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도록 하라. ▲동아일보〓수익이 보장되는 분야가 발견되나 추진은 지연된다. ▲조선일보〓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중앙일보〓뜻만 높고 이뤄 놓은 것 없다. ▲한국일보〓투우경기 때 항상 사람이 이기라는 법은(소띠 공통)...차라리 내 편으로 끌어들임이.

다음은 `양띠 67년생'(역시 신문 순서는 가나다순)

▲경향신문〓튀는 행동 때문에 곤욕을 치를 수 있다.(양띠 공통)..지금 힘든 것이 마지막 고비다. ▲동아일보〓사회적으로 앞선 사람의 도움으로 해결된다. ▲조선일보〓꼬였던 일이 반전된다.▲중앙일보〓제 3자 모략으로 구설 발생.▲한국일보〓희생번트가 엉뚱하게 안타가 되는(양띠 공통)..스트레스 풀릴 때.

어떤가. 국내 신문들이 같은 일을 놓고(그것도 사람의 운명에 대해) 이처럼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를 읽을 때 마다 해방감을 느낀다. 답답한 만원 버스에서 탈출해 해변가에서 바닷바람을 쐴 때의 그 느낌.

흥미로운 건 문화일보가 일찍이 이같은 사태에 대해 아주 예리하게 비판했다는 사실이다. 다음은 문화일보 2002년1월30일자 인터넷 유머에 실린 `오늘의 운세'란 제목의 글 전문이다.

- 아빠:드디어 결전의 그 날이군. 80년도 졸업생 친목 고스톱대회!

- 엄마:난 당신을 믿어요. 오늘 잘 할 수 있죠?

- 아빠:내 최선을 다하지. 가만가만 오늘의 운세나 한번 볼까.

- 엄마:제가 봐드릴게요. 어? 61년생, 오늘 운수대통이래요!

- 아빠:이렇게 기쁠 수가. 시작 전부터 예감이 좋은데? 음홧홧!

- 엄마:그런데, 여보! 친구들이 모두 동갑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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