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16강 한국`과 `주최국 한국`

[CEO칼럼]`16강 한국`과 `주최국 한국`

정병철
2002.05.22 20:40

[CEO칼럼]`16강 한국`과 `주최국 한국`

[편집자주] 정병철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21세기의 첫 월드컵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오랫동안 기다려온 '세기의 축제'가 우리나라에서 막을 올린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온 나라가 월드컵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1일에는 한국과 잉글랜드의 평가전이 있었으며 개막을 불과 5일 앞둔 26일에는 한국과 프랑스의 대표팀 친선경기(LG전자 초청)가 예정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경기를 갖는 각국 대표팀이 속속 입국함에 따라 월드컵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2002한일 월드컵축구대회는 역대 월드컵 우승팀 7개국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이는 `역사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는 90년 이태리 월드컵 이후 12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라 한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대회부터 '98 프랑스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16회 대회동안 한번이라도 월드컵을 품에 안은 적이 있는 팀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이태리 독일 잉글랜드, 프랑스가 전부라고 한다.

이처럼 의미있는 대회를 일본과 공동주최하게 된 입장에서 우리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온 국민의 염원이 어느때 보다 간절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무대에 4번이나 진출했지만 한번도 16강에 올라보지 못했다. 16강은 커녕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1승, 나아가 16강에 대한 기대는 갈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우리 국민에게는 목마른 소망이 돼 있다.

그만큼 염원이 큰 탓일까. '16강 진출'이라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나 크고 분명하게 들리는데, 정작 이번 월드컵 대회의 주인이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목소리는 높지 않아 보인다. 말하자면, 이번 월드컵을 보는 우리의 눈이 '대회'보다는 '경기'에 치중해 있지는 않은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두 개의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기에서는 16강 진출이 그 하나이고, 주최국으로서는 월드컵 대회를 어떻게 치러내느냐가 다른 하나다. 굳이 그 두 개의 시험을 비교하여 경중을 가리라고 한다면, 16강보다는 주최국으로서 치러야 하는 시험의 비중이 훨씬 더 높다. 주최국으로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은 월드컵 개최국가로서 지구촌 모두에 대한 국가적인 책임이기 때문이다.

수십만 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고 연인원 400억 명 이상이 TV를 통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주최국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16강에 진출하더라도 축구이미지와는 별개로 국가이미지에 적지 않은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정중동이라고 할까, 그 동안 각 분야에서 조용한 가운데 대회운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고 한다. 각국 대표팀을 자율적으로 응원하는 지원자(supporters)가 구성되었으며 많은 자원 봉사자가가 학업이나 생업을 잠시 뒤로 하고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16강이라는 성적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대회운영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내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온 국민이 함께 치러야 하는 큰 시험이다.

아무리 많은 준비를 했더라도 시험 당일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16강 한국'에 대한 열망에 묻혀서 대회기간 중에 우리가 주최국이라는 사실이 간과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대표팀의 16강 진출과 더불어, 대회 운영이나 국민의 협조라는 측면에서도 세계인의 칭송을 들을 수 있는 '주최국 한국'으로서의 멋진 월드컵 대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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