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로운 주택지표 개발을

지금까지 우리 나라는 전세가격과 주택가격을 주택정책의 주요 지표로 삼아왔다. 이 두 지표는 주택의 수급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였던 까닭에 정책 당국자들은 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여 왔었다.
이처럼 막중한 역할을 해오던 두 지표가 최근 기능장애 현상을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의 구조변화로 인해 두 지표가 단순히 주택의 수급상황만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4월현재 지난 일년간 전세가격은 전국적으로 19.1% 상승했고 주택가격은 17.7% 상승했는데, 이는 80년대 후반에 겪었던 주택가격 상승에 버금가는 것이다.
이런 가격상승이 단순히 주택의 수급 불균형에 기인한 것이었다면 이는 정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심각한 문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의 전세가격이나 주택가격의 상승은 주택수급의 불균형보다는 저금리와 주택금융확대에 기인한 바가 크다.
최근의 전세가격 상승은 금융 현상
일반적으로 자산가격은 자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비례하고 금리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금리가 하락하면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물론 이런 원리는 과거에도 적용되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전에는 주택금융시장이 정부의 통제 아래 있었기 때문에 주택가격은 금리변동에 그리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주택자금의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의 움직임과 무관하게 결정되었으며, 공급부족으로 인해 주택자금은 대출희망자에게 소액씩 할당되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이 완전 자율화되면서 주택시장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주택금융시장에 대한 정부통제가 해제되면서 주택가격은 시장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주택가격이 주택의 수급상황만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라 주택금융시장 상황까지 보여주는 지표로 바뀌게 된 것이다.
전세가격만 해도 그렇다. 전세제도는 주택구입자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충분히 자금을 제공받지 못함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된 사금융 제도의 일종이다. 그런데 최근 주택금융이 확대되고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전세제도는 그 존립기반을 잃게 되었다. 주택구입자는 이제 굳이 비싼 사채(전세금)를 빌릴 이유가 없어졌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싼 이자로 자금을 빌려 전세금을 내준 뒤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자연히 전세공급은 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전세가격이 급등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가에도 왜곡되어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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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근의 주택가격이나 전세가격 상승 원인에 주택수급의 불균형 문제가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역별로, 상품별로 전세가격이나 주택가격의 상승 정도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부분적인 수급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주택시장의 구조가 바뀌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변화에 맞추어 정책판단의 기준이 되는 지표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된 지표에 의해 선택된 정책은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의 구조 변화에 따른 지표의 왜곡 문제는 비단 주택정책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 작성 체계 하에서는 저금리에 따른 전세가격의 상승은 곧바로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으로 나타난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통화당국자의 경고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금리 하락으로 채권가격이 오르자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경고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정책선택의 선결조건은 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표의 왜곡현상을 제거해야 한다. 현재 전세가격이나 주택가격은 이전과는 달리 시중금리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수급 상황이나 주거비 수준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금리변동에서 자유로운, 주택수급 상황이나 주거비 수준을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주택지표를 개발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