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히딩크와 CEO선발

[CEO칼럼]히딩크와 CEO선발

이영탁
2002.06.12 13:01

[CEO칼럼]히딩크와 CEO선발

[편집자주] KTB네트워크 이영탁회장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선전을 거듭하면서 '히딩크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히딩크의 리더십에 눈을 돌리고 있는 기업과 대학이 늘어나는 데다 '히딩크 경영론'도 나오고 있는 등 '히딩크 신드룸'은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히딩크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한국 축구가 일본에 밀리고 아시안컵에서 정상정복에 실패하는 등 월드컵에서의 호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위기의 순간에서 감독을 맡아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한국 축구의 수준을 한단계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조직의 성과가 부진할 경우 가장 먼저 행해지는 일이 리더를 퇴진시키고 새 사람을 영입하는 일이다. 그러나 리더를 교체한다고 해서 반드시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히딩크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국축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 하나로도 그가 해야될 일을 거의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관리자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리더의 결정과 의지가 조직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축구감독의 게임운영과 최고경영자(CEO)의 기업경영은 닮은 꼴이다. 잭 웰치가 '영웅'이라는 칭호를 듣는 것도 렉 존스로부터 경영권을 인계받아 어려움에 직면해있던 GE를 세계 최고기업으로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이베이를 인터넷기업의 성공사례로 만들어 놓은 요인으로 사람들은 이베이의 사업모델보다는 맥 휘트먼이라는 걸출한 여성CEO를 우선순위에 둔다. ABB, 에릭슨, 볼보 등 세계적 다국적 기업을 거느린 스웨덴의 왈렌버그 그룹이 오랫동안 다양한 산업군을 제패하는 명문그룹으로 존속할 수 있었던 핵심역량은 능력있는 CEO군을 끊임없이 재생산해 낼 수 있는 힘이었다.

미국 경영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10억 달러 이상 기업 가운데 50% 이상이 CEO 선발을 위한 공식적인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CEO 승계 계획이 없는 기업은 투자가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정도다. 미국이 지난 10여년간 장기 호황을 누렸던 것에 대해 구조조정을 통한 핵심역량에 있다고 분석되지만 유능한 CEO 선임에 따른 경영체제 개혁을 간과할 수 없다.

이제는 'CEO주가'라는 말이 일반화될 만큼 관리자의 능력과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FOB(Family-owned Business)의 비중이 높아 족벌에 의한 경영권 세습과 독점, 내부승계 등이 일반적이었던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에서도 이제는 실력이 없더라도 기업 총수나 오너 가문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가신(家臣)형 임원'들이 계열사 사장을 두루 지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인사시스템이 보수적이었던 은행에서도 경쟁력 있는 CEO라면 조직 안팎, 나이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 CEO 승계에 있어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CEO인사와 임원 인사는 질적으로 다르다. CEO를 내부에서 승계하느냐 외부에서 영입하느냐 하는 문제는 기업이 처한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떻게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CEO를 선발하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담조직을 구성해 프로그램을 미리 짜고 후보군 선정과 면담, 평가, 선발과정에 이사회가 관여하며 미리 후보군을 임명해 지속적으로 경영수업을 쌓게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전임 CEO는 퇴임 이후 이사회 참여 등을 통해 새 CEO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기업은 영속하기 위해 존재하며 가장 중요한 엔진은 기업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리더이다. 히딩크와 관련된 각종 분석자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읽어보면 충분이 공감할만한 내용들이고 많은 부분을 배우게 된다. 이러한 현상들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은 이제 각자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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