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제효과, `두 얼굴`

월드컵 경제효과, `두 얼굴`

이덕청
2002.06.17 13:41

[기고]월드컵 경제효과, `두 얼굴`

[편집자주] LG투자증권, 이덕청 수석이코노미스트

2002 월드컵이 온 사회의 관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 경제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이코노미스트 사이에서는 별다른 "직업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본능적으로 월드컵과 같은 일회성 사건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 데다 그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온 나라가 이렇게 들썩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월드컵 축구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들이 적어도 조금은 더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월드컵 축구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대해 의견들이 개진되기는 했지만 대개 지나치게 긍정적인 시각에서 다짜고짜 숫자를 내미는 식이어서 그렇게 설득력을 갖지는 못하였다. 물론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주요 한국 기업들의 해외홍보 효과가 매우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고 또 중요하다. 그러나 월드컵 축구와 한국의 16강 진출이 과연 경기관련 지표들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들이 많다.

첫째,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월드컵 때문에 과연 높아지는 효과가 얼마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보고 있으나 필자의 견해는 약간 다르다. 오히려 월드컵 때문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축구를 보기 위해 많은 공장과 사무실이 쉬면서 경제 전체적으로 조업일수의 축소와 가동률의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6월은 토요일을 평일의 0.7일로 보더라도 선거와 현충일로 인해 유효조업일수가 21.5일에 불과하다. 만약 월드컵으로 인해 총 하루만 다 같이 쉬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6월 유효조업일수의 약 5%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연간으로는 약 0.4%의 조업시간 감소와 이에 따른 생산위축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른 조건이 같다면 경제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효과는 이미 16강에 진출한 한국의 축구성적이 8강, 혹은 4강에 진출할수록 커지게 될 것이다.

둘째, 많은 사람들은 한국팀의 선전으로 열띤 응원 및 축제분위기가 형성돼 소비 촉진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축구를 응원하는 축제 분위기에서 소비가 늘어나는 항목들은 주로 음식료 등과 관련한 휘발성 소비가 될 것인데 반면 내구재 소비는 그만큼 구축되거나 최소한 그 결정이 월드컵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1/4분기에 민간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앞서 있는 데다, 현재 정책당국이 소비금융확대에 대해 경계하는 입장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보면 월드컵 축구가 추가적인 소비확대의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는 많지 않다. 오히려 월드컵 개최 기간 들어 카드사용이 주춤해지고 있다는 보도는 월드컵과 한국축구 선전으로 인해 6월 소비관련 지표가 음식료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예상보다는 좋지 않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셋째, 반면 6월 실업률은 월드컵 축구로 인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월드컵 축구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효과 때문이 아니라, 일자리가 없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구직활동을 월드컵 이후로 연기함으로써 6월 조사시점에서 사실상의 실업에도 불구하고 실업자 통계에서 제외될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 반작용으로 7월 실업률은 다시 높아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 모든 점들은 월드컵 축구와 한국 축구의 선전에 따른 낙관적인 사회심리를 경제지표에 기계적으로 반영하기 보다는 보다 면밀하게 월드컵에 따른 경제지표의 변화 혹은 왜곡 가능성을 추적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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