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디지털시대의 `고객감동`

[CEO칼럼]디지털시대의 `고객감동`

정병철
2002.06.19 17:07

[CEO칼럼]디지털시대의 `고객감동`

[편집자주] 정병철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인터넷 사용인구가 몇 명인지를 헤아리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인터넷 사용인구는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에 대비한 사업구도를 갖추는 출발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 사용인구를 세어보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일이 되었다. 인터넷은 이미 누구에게나 생활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 PC만이 아니라 TV나 휴대폰, PDA 등 여타의 기기들로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진 세상에서 그 사용인구를 센다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생활의 일부가 된 인터넷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인터넷은 세계사의 흐름을 바꿀 만큼 놀라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사회, 경제, 문화, 그리고 정치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의 영향권내에 들어있지 않은 분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더 막대하다. e-비즈니스가 보편화되고,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사업영역이 생겨나고 있으며, 시장에서의 경쟁법칙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러한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소비자)의 달라진 위상이다.

이제 고객은 더 이상 ‘고객집단’이 아니다. 일정한 계층이나 나이, 소득수준에 따라 집단으로 분류되던 고객이, 이제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독립된 개인으로 존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고객집단의 개인화다. 개인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고객의 지위는 점점 높아진다.

고객은 과거처럼 기업이 생산한 상품이나 서비스 중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능동적인 입장이 됐다. 지금도 자동차나 의상, 심지어는 주택조차도 사전에 충분히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자신의 기호에 따라 구매를 한다. 기업은 고객의 요구에 맞춰 다종다양한 성능과 디자인으로 그 상품혹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고객은 항상 세계 최고와 비교하면서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요구한다. TV하나를 구입하더라도 이제는 세계의 어느 기업에게서든, 어느 매장에서든 마음대로 구입할 수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비교하고 구매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동일시장내의 기업이 경쟁상대가 아니라 항상 세계 최고의 기업이 경쟁상대가되는 것이다.

고객의 지위가 높아지게 된 것은 인터넷이 고객에게 무한대의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 개인의 의사표현을 무한대로 가능케 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디지털시대에는 누구든지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 없이 원하는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해서 ‘지식고객’의 지위를 갖는다. 누구든지 자신이 앉아있는 곳에서 세계를 향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인터넷이 그 기능을 해내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더 이상 고객을 집단으로 생각하고 공급자 중심으로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신이우월적 지위를 갖는다는 환상을 가질 수 없게 됐다.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고객이 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업경영도 달라져야 한다. 달라지지 않으면 더 이상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먼저 깨닫고 먼저 변화하는 것이 이 시대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고객의 달라진 지위를 인정하고, 고객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둘러서 될 일도 아니지만 더 이상 늦출 수도 없는 시점에 와 있다.

두어 해 전부터 노도처럼 밀려든 디지털의 바람. 그 중심에는 디지털세상의 주인이 된 고객이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으로 그렇게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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