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달러약세가 필요한 까닭

[기고]달러약세가 필요한 까닭

[기고]달러약세가 필요한 까닭

[편집자주]  이덕청 LG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3/4분기의 반등국면이 마무리되고 미국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더욱 높아진 전쟁가능성을 감안할 때 아직 확신하긴 이르지만, 달러화가 고도를 낮추며 랜딩(Landing)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달러당 125엔을 노크했던 엔/달러 환율은 이제 다시 달러당 120엔 선으로 내려 앉았다. 달러/유로 환율은 패러티(Parity)를 넘어 유로당 1.015 달러까지 상승했다.

최근의 달러 약세는 무엇보다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0.5%포인트나 내릴 수 밖에 없을 만큼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미국 경제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달러화 약세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우울한 소식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길게보면, 적절한 달러화 약세는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세계경제는 달러화의 적절한 약세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 미국 기업의 수익성 회복을 촉진하고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어느 정도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교역재인 공산품 분야에서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80년부터의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 본 결과, 달러약세는 시차가 있긴 하지만 미국의 경상GDP를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해 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달러화 약세는 EU지역의 보다 적극적인 경기대응책 수행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은 역내 인플레이션을 2%로 억제하는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물가상승률이 2%를 넘고 있기 때문에 경기지표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난 주에 유럽중앙은행이 미 연준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 공조에 나서지 못한 배경이다. 그러나 앞으로 달러 약세 즉 유로화 강세가 이어진다고 할 경우, 이는 유럽지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게 되고 그 만큼 유럽중앙은행으로 하여금 금리인하 정책을 쓸 여지를 넓혀 주게 될 것이다.

셋째, 일본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反디플레이션 및 금융산업 개혁 방안 마련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고이즈미 수상과 다케나카 장관의 금융산업 개혁이나 적극적인 디플레이션 대책을 가로 막고 있는 장애물은 한가지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뿌리깊은 정계-관계-금융계 커넥션의 위기 불감증이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논리에 반대하는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장관이 국회에 불려 나가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달러화 약세는 단기적으로 일본경제에 불리한 영향을 주고 디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키며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늘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일본 내에서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생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일본 경제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추가적인 경기지표 악화라는 비용으로, 구조개혁의 촉진이라는 편익의 발생을 기대할 수 있다면 달러화 약세는 나쁜 것이 아니다.

물론 지금까지 지적한 요인들은 달러화 약세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들을 부각시킨 것이다. 달러화 약세는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EU와 일본 경제를 더 어려운 상태로 몰고 감으로써 결과적으로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물론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각국의 정책당국이 달러화 약세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희망을 전제하는 한, 달러화 약세는 분명 세계 경제의 성장탄력을 회복시킬 올바른 방향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